[대통령-평검사 토론회 평가] 청와대 "失보다 得 많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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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하고 심각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직접 토론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

지난 10일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전날 열린 '전국 검사와의 대화'의 불가피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오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다.

워낙 파격적인 형식에 평검사들의 공격적 질문까지 겹쳐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는 일부의 의견을 의식한 것이다.

사안마다 국민을 배심원 삼아 대통령이 이해당사자들과 직접 토론하는 실험이 되풀이될 경우 청와대의 국정 통제력이 도리어 약화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내부의 지적도 있었다.

盧대통령은 이날 "검찰 조직의 프라이드는 강했다"며 '토론주의자'인 자신에게도 전날 토론이 수월하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상상할 수 없는 발언들도 있었지만 문제삼지 않겠다. 여러분도 문제삼지 말아달라"며 평검사와의 토론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했다.

형식에 대한 논란과는 별도로 청와대는 '실(失)보다는 득(得)이 훨씬 많았다'며 토론 결과엔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 개혁의 불가피성과 이번 검찰 인사의 특수성이 국민과 일선 검사들에게 잘 전달됐다"며 "결과적으로 검사들도 대통령의 논리를 수용한 만큼 효과가 아주 컸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둘러싼 정치권의 평가는 여야가 극명하게 달랐다.

한나라당 김영일(金榮馹)사무총장은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토론을 바라는 국민의 뜻을 저버리고 일방적 주장으로 국민에게 실망만 안겨줬다"며 "대통령이 검찰에 대한 불신을 공공연하게 내비치는 등 대통령의 권한으로 검사들을 제압하려는 모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고 혹평했다.

반면 민주당 문석호(文錫鎬)대변인은 "토론회를 지켜본 대다수 국민들은 이제 검찰개혁이 시대적 대세라는 데 공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에서도 "책임총리, 책임 장관이라면 대통령의 이런 토론회를 말리고 자신들이 해결해야 했다. 대통령을 직접 나서게 한 것은 참모들의 잘못"(趙舜衡 의원)이란 견해도 표출됐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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