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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 최초의 천공 장관…대유성우|9일 0시30분 동북쪽 하늘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마치 불꽃놀이처럼 짧은 시간에 수천개의 유성이 활짝 펴지듯 밤하늘을 장식한다면 일대장관이 아닐 수 없다. 그 일대 장관을 우리 나라에서 볼 수 있다해서 천문학자들은 물론 아마추어 천문가들과 많은 사람들이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심지어는 그날의 그 일대 장관을 관측하고 사진으로 찍기 위해 일본서도 28명이 7일 내한할 예정이다.
그 일대 장관을 볼 수 있는 날은 10월9일이고 시간은 0시30분부터 약 3시간동안. 특히 0시30분부터 10분 동안엔 가장 많은 유성을 보게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방향은 동북쪽 지평선 가까운 용좌 (감마) 성 부근을 중심으로 한 방사상 하늘.
지난 1900년에 「자코버니」에 의해 1913년엔 「지너」에 의해 관측된 이래 6·6년의 주기를 갖는 「자코버니-지너」 혜성이 9회째 나타나서 8월5일 태양에 최원근했다가 멀어져 갔다.
그로부터 58일 뒤인 지난 2일 지구가 그 최원근 지점을 통과함에 따라 「자크버니-지너」 혜성이 흘리고 간 무수한 유성 물질이 지구로 들어왔다. 이런 경위로 해서 「자크버니·지더」 혜성에 의해 용좌 유성우는 10월에 그것도 으례 9일에 보게 되어 10월 유성우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오는 7일이 신월이고해서 방해를 받을 염려가 없어 밤하늘의 일대 장관을 볼 수 있는 조건이 제대로 갖춰지게 된 것이다. 「지크버니-지너」 혜성으로 해서 과거에 4차례나 대유성우가 관측된바 있으나 극동은 낮에 해당, 전부 구미 지역에서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극동 지역 중에서도 한국이 호조건 지역으로 손꼽히게 되어 오래 전부터 우리 나라 천문학자들과 「아마」 천문가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이 기회를 놓칠세라 얼마 전엔 한국 「아마」 천문가 협회 (회장 남궁호)가 결성됐다. 이 협회의 30명 회원들은 밤하늘의 일대 장관을 관측하러 오는 일본 「히로시마」 (광도) 「아마」 천문가 「클럽」 28명과 공동으로 관측할 계획으로 한창 준비에 바쁘다.
7일 「무라까미」 (촌상충경·위도 대학장) 박사가 단장이 되어 28명의 일본 「아마」 천문가들이 내한할 예정이기 때문에 그들과 합류, 남이섬과 동구릉 두 곳에서 그날 그때에 있을 세기의 일대 장관을 관측한다는 것이다. 지난 1933년에 「유럽」이 각지에선 매분 1천 개라는 대량의 유성을 본 일이 있다고 한다. 그때와 같은 정도라면 10월9일 0시30분부터 10분간에만도 약 1만개의 유성을 보게 된다는 계산이다.
구름이 없고 대기가 아주 맑을 때 평균 1시간에 5∼15개의 유성을 볼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장관인가를 짐작할 수 있겠다. 그러나 구름이 없고 대기가 오염되지 않더라도 계산상으론 볼 수 있게 돼 있는 대유성우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하긴 바로 그 점이 천문학자들과 「아마」 천문가들의 가슴을 죄게 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호기심 강한 사람이라면 친구라도 이끌고 적당한 장소를 찾아 몇 시간쯤 눈을 비벼가며 동북쪽 지평선 근처를 노려봄이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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