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성격 형성과 부모「벤자민·스포크」박사의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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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자녀들의 장래행동을 부모가 좌우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는 오래 전부터 여러 각도로 논의돼오던 것이다.
특히 요 근래 미국의 경우처럼 명문의 자녀들이 민권 투쟁이나 반전운동 등 과격한 반항적 행동에 앞장서는 현상들을 볼 때 과연 부모들이 자녀의 성격형성과 행동에 대해 얼마만큼의 영향을 주느냐는 커다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엄격한 부모 밑에서 자라면 반항적이며 과격하게되고 또 나이가 들면 그들 부모처럼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진보적인 부모 밑에선 진보적이고 과격한 행동의 자녀가 자라고, 보수적인 부모는 역시 온건하고 보수적인 자녀를 키운다는 의견이 대부분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이며 보수·진보의 문제도 여러 가지 해석이 있듯이 그 판정도 많은 예외가 뒤따른다.
어린이들의 성격형성은 그들의 여러 성장과정에서 영향받는다.
대부분의 어린이는 생후1년간은 별 탈없이 고분고분하게 즐겁게 순종하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만1세에서 3세까지의 어린이는 반대다. 그전에 잘먹던 음식도, 변 가리기도, 옷 입는데 까지도 모든 것을 거부한다. 이럴 때 부모가 머리를 써서 어린이 스스로 무엇을 하도록 해준다면 오히려 좋게 되지만 부모가 윽박지르는 식이면 비굴한 무사안일주의 성격을 지니게 되기 쉽다.
그리고 특히 부모의 일관성 없는 태도, 즉 처음엔 무섭게 야단치다가 어린이가 울고 반항하면 나중엔 흐지부지 하거나 강경한 태도를 굽히는 경우, 오히려 비뚤어진 성격을 만들기 쉽다. 이런 식으로 자라나면 성인이 된 후 남들과 잘 다투며 거부하는 태도, 그리고 극단적인 사고방식을 갖게될 위험이 크다.
3세부터 6세까지의 어린이는 부모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으로 기울어진다. 남자아이는 아버지처럼 어른이 되려고 하고, 여자는 어머니를 흉내 내려고 하는 것이다. 이 때는 별로 성향이 뚜렷해지는 것이 아니고 그저 흉내 내려고 하다가 따라가는 경우가 된다.
자녀가 부모의 꼭 재판이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자라는 과정에서 자녀와 부모와의 관계가 성격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것엔 틀림이 없다. 특히 자녀가 3세∼6세 사이 일 때가 부모의 행동과 태도가 가장 큰 영향을 주고있다.
6세∼12세 시기는 다시 자녀들이 부모로부터 떨어져 나오려는 경향을 띤다. 부모의 의견을 따르기를 거부하고 독립된 자신을 찾으려고 한다.
더우기 성인의 길을 걸으려는데 있어 부모가 자신들을 아직 어린이 취급을 하는 것에 큰 불만을 품는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은 부정하지만 어떤 면에선 어린이로 남고 싶은 어리광도 남아 있다. 하옇든 청년기의 자녀들은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자기의 이상적인 생활을 위한 자유를 갈구하게 된다.
성장하기 위해선 청년들의 반항적 태도는 당연한 것이다. 단지 어떤 식으로 나타나며 얼마나 오랫동안 가느냐가 가정환경·부모와의 관계·교육수준 등의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결국 어떤 태도에 대해 단정지어 원인을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어린이의 경우 그 기본태도에 있어 부모를 닮는다는 것만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린이에 있어 안정된 성격형성은 그 부모가 자녀에게 사랑과 존경하는 가족관계를 보여줌으로써만 1차 적으로 가능하다. <미「레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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