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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독서|제18회「독서주간」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네 계절이 뚜렷한 우리 나라는 마치 가을을 읽는 계절로 정해버린 감이 든다. 가을철이 주는 유리한 점이 한껏 이용되는 것은 좋으나 마치 연중행사로만 인식하게되면 오히려 위험한 일이라 생각된다.
우리는 모든 읽는 행위를 독서의 테두리에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책뿐만 아니라 그 밖의 모든 형태의 자료도 독서란 말로 표현되는 것 같다. 독서는 습관이요 생활이어야 한다. 벼르고 미루고 하는 행사는 아니다. 그러므로 특별한 방법을 써가며 우리 여성들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유난스러워 보인다.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고 읽는 습관을 가지고 매일 매일 이를 생활화하는 방법 밖에 없을 것 같다.
『무엇을 읽어야 할지 엄두가 안나요.』이렇게 호소해 오는 분들이 많다. 읽을 거리는 멀리 찾지 말아야 한다.
나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읽을거리를 찾아야 하고, 쉽고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면서 나 나름의 경지를 찾아 나가야 한다. 우리는 벌써 먹여주는 시기는 넘긴 여성들이다.
마치 바닷가에서 모래알을 집어드는 식이다. 그 많은 자료에서 어느 하나를 집어 주면서 이것이다 할 수는 없다. 나 스스로가 찾아서 내 입에 맞는 음식을 구하는 식성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 본다.
우리들의 문제는 어디서 구하느냐가 남아있다. 가정주부나 직장에 있는 여성이 서적상을 찾아다니면서 구입하기란 그 선택 자체보다 더 힘든 일이다. 우리에게는 읽어야한다고 권하면서 동시에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도서관이 있어야 하겠다.
우리는 모든 분야에 발전을 서두르고 추진하면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시민의 학교인 도서관을 소홀히 하고 있다. 도서관은 우리 인류문화를 보존하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아야한다. 시민의 한사람이 마음놓고 들어가서 무한한 자료를 읽어서 만끽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한나라의 공공도서관을 보고 나면 그 나라의 문화정도가 어디에 와있는지 한눈에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수험생들의 공부방을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적어도 시장 바구니를 든 어머니가 아이들을 데려고 가서 엄마도 아이도 다같이 읽을 수 있고 빌릴 수도 있는 도서관이라야겠다.
서울시만 하더라도 지역별로 구역별로 도서관이 있어서 들어가면 도서관인들이 어린이 읽기 지도도 해주고 선택도 해주고 주부나 직장여성이 주제만 던져주면 도서관인들이 척척 뽑아 안겨주는 그런 도서관설립이 시급하다.
덮어놓고 읽으라고만 신문이나 방송에서 떠들 것이 아니라 공공도서관 설립 「캠페인」 을 먼저 벌여주었으면 하는 심정이다. 어린이부에서는 꼬마가, 청소년부에서는 중고교 학생이, 그리고 일반부에서는 어머니·아버지 다같이 책을 빌리고 읽을 수 있는 그런 공공도서관은 인간이 평생을 두고 졸업하지 않는 학교이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모든 자료를 과학적으로 분류하여 전시해주는 곳이기 때문에 생각 없이 들렀다가도 뜻밖에 좋은 책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러므로 가서 내 눈으로 선을 보고 골라서 읽을 수 있어서 우리들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기도 한다.
현재 우리실정은 학교를 졸업하면 도서관도 함께 졸업하는 실정이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여성들이 계속해서 배우고 평생동안 다닐 수 있는 학교는 공공도서관밖에 없다.
그러므로 서울시부터 시범을 해서 공공도서관 운동이 전국에 퍼졌으면 하는 심정이다. 읽을 거리는 도서관이 제공하여 시민들의 독서지도를 할 수 있고 성인교육을 계속해서 맡게 하였으면 하는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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