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역사의 윤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역사의 윤회는 때로 깊은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중동의 상공에서 미국제 팬텀이 전투기와 영국제 「해리어」 전투기가 공중전을 벌일 수도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14일 「런던」발 외신에 따르면 영국은 이집트에 무기를 제공할 의사를 갖고 있다. 오는 18일 이집트 외상 「모하메드·하산·자야트」는 런던을 방문한다. 이 자리에서 영국 정부는 「레이다」 시설, 대공 「미사일」 및 전투기의 공급을 토론할 예정이라고 한다.
비록 그 전투기의 조종사는 「이스라엘」인 (미국 제공기)과 「아랍」인 (영국 제공기) 으로 나누어지겠지만, 아무튼 미·영제 전투기의 대결은 고소마저 자아낸다. 결국은 중동전은 이런 미묘하고 복잡한 함수 관계로 인해 불발탄이 되고 말 공산도 없지 않다.
사실 미국과 영국은 중동에서 이해를 달리하고 있지만 「앵글로·색슨」의 공동 운명체로서의 우호를 저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주로 미국 무기로 무장한 「이스라엘」과 이제 영국 무기로 「이스라엘」과의 균형을 갖게될 「이집트」와의 무력 전쟁의 귀결은 쉽게 예상할 수 없게 된다.
이제 새삼 역사의 윤회를 느끼게 되는 것은 그와 같은 이해 관계의 무상한 탄력 작용이다. 1956년7월26일 「나세르」「이집트」 대통령은 「수에즈」운하의 국유화를 선언했었다. 그 당시 「나세르」는 미·영에 의한 반소동맹인 「바그다드」 조약에 반기를 들고 일로 좌경정책에 기울었다.
미·영은 이집트에 대한 경제 원조의 단절로 그것에 응징했다.
수에즈를 빼앗긴 영국과 「프랑스」는 단숨에 무력으로 이집트를 위협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여론은 영·불의 무력 책동에 비판적이었다. 영국의 「이든」 내각은 이 바람에 쓰러지고, 영국과 프랑스는 쓴잔을 들고 철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은 그 틈에 이른바 「아이젠하워·독트린」을 내세워 「이집트」에 미소 정책을 썼다. 그러나 소련이 멍청히 있을리 없었다.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의 위세를 몰아 이집트의 배후로 군림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집트와 소련의 밀월 여행은 금년으로 파경에 이르렀다. 미·소 밀월 여행의 부작용이다. 이집트는 소련의 영향력을 밀어내고 이번엔 영국을 받아들일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꼭 56년 판의 정반대 상황이다. 그 사이에 「이스라엘」은 미국의 등에 업히게 되었다. 이것마저도 56년 판과는 판이한 상황이다.
자, 그럼 이제부터 중동에서 미국과 영국의 대결 시대가 전개될까? 것은 마치 「올림픽」의 육상 경기에서 자국 선수끼리 발을 걸고넘어지는 것과 같다. 「이스라엘」은 어느새 유유자적하게 「6일 전쟁」의 점령지 상당 부분을 「이집트」에 돌려주겠다는 제의를 하고있다.
역사의 지각 운동은 참으로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