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쌀값 「과잉 방어」-4대 도시 일반미 판금 조치의 저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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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의 4대 도시에 대한 일반 미 판매 금지 조치는 추석 쌀값 안정을 위한 과잉 방어로 풀이되고있다.
해마다 추석 때가 되면 일반의 햅쌀 수요가 늘어나 일부 상인들이 이를 역용, 가수요를 충동시켜 쌀값 소동이 되풀이됐던 것은 사실이나 올해의 쌀 사정은 「단 경기이변」이 나타나 쌀값은 이례적으로 안정세를 지속해왔기 때문이다.
즉 지난 7일 현재 전국의 쌀값 (중품·도매)은 80kg들이 가마당 1만1백26원으로 8월 평균의 1만1백46원에 비해 20원이 오히려 떨어졌으며 일반 미 판매가 금지되는 4대 도시에서도 서울은 1만1백 원으로 몇 원, 인천은 1만3백50원으로 76원이 각각 올랐으나 부산은 1만2백 원으로 보합, 그 리고 대구는 1만3백 원으로 오히려 3원이 하락했다.
이러한 쌀값 안정세는 지난 5월 이후 지금까지 계속됐으며 이에 따라 정부미 방출 가격이 두 번이나 하향 조정됐다.
따라서 4대 도시에 대한 일반 미 판매 금지 조치는 쌀값 안정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①지난 7월1일부터 단행한 정부미 유통 자유화 조치의 부작용을 막고 ②6백만 섬의 재고를 기록하고 있는 정부미 판매 촉진 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부미 유통 자유화 조치로 정부미는 대부분 일반미로 손질되어 소매 단계에서는 정부미의 이원화 현상을 보였으며 가마당 9천6백 원에 방출되는 정부미가 일반 소비자에게는 최고 1만2천원 선에 팔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정부미 유통 구조의 모순으로 일부 상인들은 가마당 2천4백원의 막대한 폭리를 얻고 있는 반면 정부와 일반 소비자는 그만큼 피해를 보고 있었다는 계산인데 이번 조치는 바로 질이 좋은 정부미도 값싸게 소비자에게 공급해주자는데 그 뜻이 있는 것이다.
또한 4대 도시에서의 일반 미 판매 금지 조치는 정부미 판매량을 최근의 하루 평균 4∼5만 가마에서 6만5천 가마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4대 도시의 하루 쌀 수요량은 서울 3만 가마, 부산 9천, 대구 5천5백, 인천 3천5백 가마 등 모두 4만8천 가마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햅쌀 출회 기를 앞둔 이번 조치는 조생종 벼를 심은 농민에게 큰 타격을 줄뿐만 아니라 4대 도시에서는 암 거래를 유발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조생종은 장기간 보관할 수 없기 때문에 대 수요처를 잃은 조생종 재배 농가는 자가 소비가 불가피해졌으며 4대 도시민들은 추석용 햅쌀 구입이 불가능해짐으로써 직접 산지에서 차례용 햅쌀을 구해올 수밖에 없는 유통상의 혼란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불편은 자연 햅쌀 암시장 형성으로 나타날 것이며 따라서 햅쌀 유통의 원활을 위해서는 조속히 이번 조치가 폐지돼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두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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