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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의 첫 밤|본사 이광표 특파원 평양에서 이틀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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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평양30일 신문·통신 공동취재단】평양에서의 첫 밤은 남북적십자회담의 전도를 축하하는 만찬과 함께 평양시내 야경을 바라보는 휴식으로 보냈다. 만찬은 29일 밤 8시30분부터 9시50분까지 숙소로 묵고 있는 초대소(평양시 문수리 소재)에서 열렸다.
일행의 만찬회는 대표단, 자문위원, 수행원, 기자단 등 각각 별도로 가졌다. 이범석 대한적십자사 수석대표는 만찬에 앞서 북한적십자사 대표단 7명과 자문위원 7명에게 시계가 달린 「라디오」 1대씩을 선물로 전달했다.
만찬에 앞서 대한적십자사 대표 및 북한적십자사 대표들은 2호동 휴게실에서 휴식을 가졌는데 북한적십자의 여성대표인 이청일과 우리 정희경 대표가 환담을 나누는 것이 눈에 띄었다.

<대표단 만찬>
이날 대표단 만찬은 인삼주·「케이크」·증편(떡)·닭튀김·생선전·새우튀김·과일(토마토·사과), 특히 숭어회(대동강에서 잡은 것으로 살아 꿈틀거리는 것)가 이색적이었다.
연어 알·「사이다」·용성맥주·메추리알·인삼닭찜·불고기·갈비찜 등도 나왔다.
이날 밤 대한적십자대표단 숙소에서는 북한적십자 김태희 단장이 주최한 비공식 만찬이 베풀어져 남북적십자 본회담 대표단은 회담의 성공을 다짐하며 뜻깊은 축배를 들었다.
만찬회에서 북한적십자 김 단장은 『오늘의 이 만찬은 뜻깊은 모임』이라고 말하고 『역사적인 적십자회담이 성취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김 단장은 『뜨거운 동포애와 7·4공동성명의 정신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범석 대한적십자사 수석대표는 김 단장의 축배제의에 이어 『이념과 체제는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으나 같은 역사·문화·조상을 지닌 우리민족이 여기 모여있는 남북적십자 대표들과 같이 흩어진 가족들도 서로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수석대표는 『남북적십자인들이 용기와 지혜를 가지고 화목스런 분위기 속에서 회담을 성공시켜야 되겠다』고 다짐하면서 『큰 일은 정치인들에게 맡기고 적십자사업은 적십자인들끼리 성공적으로 추진시켜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수석대표는 『손성필 북한적십자위원장 등의 눈에 보이지 않는 숨은 노력에 감사를 드린다』며 축배를 들었다.

<자문위원 만찬>
자문위원을 위한 만찬은 윤기복을 비롯한 북한적십자 자문위원 전원이 2호동 2층 식당에서 따로 베풀었다.
윤기복은 인사를 통해 『통일의 전제가 되는 적십자회담을 위해 멀리 평양까지 온 노고에 대해 위안을 드리고 보다 큰 통일의 과업을 위해 적십자회담 성공을 빌며 건배를 하자』고 말했다.
이어 한국적십자 자문위원 7명은 북한적십자 자문위원 7명에게 선물을 전하고 밤 10시30분까지 환담을 나눴다.
김준엽 자문위원은 답사를 통해 『우리의 궁극의 목적인 민족통일을 위해 적십자회담이 그 실마리가 되기를 바라며 오는 9월 13일 서울회담 때는 여러분이 베풀어준 대접에 못지 않은 답례를 하겠다』면서 건배를 제의, 만찬을 끝냈다.

<기자단 만찬>
기자들이 모인 연회장소에는 주로 아주머니들인 10명의 접대원들이 갑사치마 저고리차림으로 시종 미소를 띠어 가면서 음식을 날라주는 등 「서비스」를 했다. 남북 기자들은 저녁을 드는 동안 여러 가지 얘기들을 주고받아 우호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남북 기자들의 만찬회석상에서 북한기자를 대표하여 중앙통신 편집국장 고명철이 먼저 환영인사를 했고 이에 대해 우리측을 대표하여 진철수 씨가 답사를 했다.
고 씨는 환영사에서 『혈육이 만났다는 것을 축하하기 위해 우리 모두 함께 축배를 듭시다』고 말했으며 이에 대해 진씨는 『먼길이라면 먼길을 왔으나 이 길이 빠른 길이 될 수 있게 본회담을 충실, 성의있게 보도하여 순조로운 결실을 하도록 하겠다』고 답사했다.
이 자리에는 조총련기자 5명이 참석했다(일본 조선통신사 사장 이형구를 단장으로 한 조선신보 오기옥 기자 등 5명).
이들은 지난 25일 밤 9시30분께 북한에 입북했으며 서울회담까지 취재하고 돌아갈 예정이라는 것.
기자들의 만찬장소는 2층 구조의 초대소 1층에 있는 넓이 20평 정도로, 초대소의 식당이나 회의실로 사용하는 듯한 곳이었다. 벽은 하얗게 새로 칠한 것이며 바닥은 나무「플로링」을 깔았고 벽에 백열등 조명이 밝게 비쳐 있었다.
「테이블」은 직경 2m의 원탁 4개. 원탁 가운데는 떡으로 만든 조화가 놓여있었다.
음식을 큰 접시에 담고 개인마다 중간접시가 2개 놓였고 수저는 양식수저,「포크」,「나이프」등 양식용 식사도구가 나왔다.
개인마다「글라스」가 3개씩 나왔는데 1개는 맥주, 1개는「사이다」, 1개는 인삼주 용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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