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채동욱 의혹' 유출, 청와대 배후설 사실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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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婚外) 아들’ 의혹 관련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과정에 청와대 행정관이 개입한 정황이 나타났다. 의혹 수준에 머물던 개인정보 유출 시비가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른바 ‘채동욱 찍어내기’ 시비에 국가기관이 연루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검찰은 채 전 총장의 혼외 아들로 지목된 채모군의 가족관계등록부 조회를 서울 서초구청 조이제 행정지원국장에게 부탁한 사람이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소속 조모 행정관이란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조 행정관이 지난 6월 11일 조 국장에게 채군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알려주면서 해당 정보가 정확한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 행정관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조 국장과 대질도 하겠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문자메시지 복원작업과 함께 조 행정관에 대한 소환조사를 검토 중이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비서관 밑에서 청와대 시설관리를 담당해 온 조 행정관 이름이 어째서 직무와 무관한 유출 의혹에 등장했느냐다. 조 행정관이 다른 누군가의 지시나 부탁으로 조 국장에게 개인정보 조회를 요청했는지 여부가 의혹의 핵심 고리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조 행정관이 조회를 부탁했다는 6월 11일은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기 사흘 전이란 점에서 국정원 수사와의 연관성도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당시는 검찰과 법무부가 원 전 원장 구속 여부와 선거법 적용 여부를 놓고 마찰을 빚던 시점이었다.

  최고의 권력기관인 청와대가 개인정보 유출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다. 검찰은 개인정보 유출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철저하게 밝혀내야 한다. 초등학생 가족관계등록부까지 들춰봐야 했던 배경이 무엇이었는지도 규명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도 방어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의혹 규명에 나서야 한다. 이제 진실만이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