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꼼꼼한 후속 대책 따라야 할 TPP 참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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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호 02면

우리 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는 쪽으로 통상정책의 가닥을 잡았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29일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우리 경제와 교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TPP 참여에 관심을 표명하고 이를 위한 예비 양자협상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비록 ‘관심 표명’이라는 표현으로 아직 협정 참여까지 결정한 게 아니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사실상 미국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자간 자유무역체제에 동참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TPP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긍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한 이유는 올 연말 TPP 타결을 목표로 막바지 협상을 벌이는 마당에 더 이상 입장 표명을 늦출 경우 참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주도하는 ‘뉴 라운드’가 난항에 빠지면서 지역별로 다자 협상을 통한 무역자유화 논의가 활발한 게 저간의 상황이다. 자칫 좌고우면하다간 선진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무역체제의 새 판 짜기에서 아예 배제될 수도 있다.

TPP는 태평양을 끼고 있는 12개 국가(인구 7억700만 명)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경제공동체이자 전 세계 GDP의 38%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로선 TPP를 통상 장벽을 허물고 신규 시장을 창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평가된다.

그러나 TPP에 참여하더라도 그것이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국제 외교무대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적 실익에 대한 철저한 계산과 검토가 필요하다. TPP에 가입할 경우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중단된 일본을 비롯해 호주·뉴질랜드·멕시코·캐나다 등 5개국과 FTA를 일거에 체결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미국·칠레 등 7개국과는 이미 양자간 FTA를 맺고 있는 만큼 TPP 가입 효과가 얼마나 더 있을지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일본산 자동차, 호주산 쇠고기, 뉴질랜드산 키위 등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의 최대 교역상대인 중국 시장이 타격을 받아서도 안 된다. 아태 지역의 경제 질서를 놓고 미국 주도의 TPP와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간에 벌어지는 패권 다툼 속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중국과도 충분한 대화를 계속해 한·중 FTA 협상이 표류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국익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대외 협상보다 대내 협상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충분한 정보 공개와 정책 홍보를 통해 개방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 분야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한편 내년으로 다가온 쌀 관세화 문제와 맞물린 사회적인 갈등과 비용을 줄이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경제는 진작부터 총성 없는 교역 전쟁에 돌입했다. 자유무역은 이제 경제부국으로 가기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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