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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경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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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 나라 경제는 이제 경제 이론의 경지를 초월한 것 같다. 「정치적 결단」이 문제 해결의 방편으로 동원되었다. 「이론」은 당위적인 것이라면, 「정치」는 작위적이다. 따라서 작위적인 명령이 그 문제들을 술술 풀어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오늘의 변태를 몰고 온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불황」에 그 원인이 있다. 그럼 그 불황의 원인은 무엇인가. 경제 정책은, 말하자면 이 「의문」에서부터 비롯되어야 할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불황의 원인을 『기업 부실의 일반화』로 분석하고 있다. 「부실」이란 경영의 실책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있지 않다. 여기서 말하는 「부실」은 다분히 도덕적인 차원에서 보아야 할 것 같다. 이른바 기업의 사회성,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 등이 그것이다. 이런 도덕적 차원이 고의로 짓밟힌데에 부실의 소지가 있었다.
『기업은 망해도 기업인은 흥한다』는 속설은 뼈아픈 「아이러니」이다. 무일분에서 외국차관으로 시작한 기업이 순조로울 리가 없다. 기업은 당연히 부실화되어 빈사지경에 빠진다. 그러나 그 기업인만은 고급 승용차에 누워 대로를 미끄러져 다니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그것은 또 버젓이 방관되었다.
자본주의 아래서 불경기는 물가를 위축시키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경우는 그 정반대의 상황에 있었다. 바로 이와 같은 현상은 「코스트·푸쉬」 요인이 잠재해 있기 때문이다. 타인 자본위에서 장사를 하자니 영리의 압박을 벗어날 수 없으며, 그나마 기업인의 무도덕한 경영 자세는 원가의 절감과는 거꾸로 가는 격이었다.
어느 외국의 경제 평론가는 『경제는 조화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조화는 경제적인 용어로 표현하면 「균형」을 뜻한다. 가령 외국 차관의 무책임한 도입은 과잉 시설에 과잉 공급의 결과를 가져왔다. 「코스트」도 그렇다. 원가 절감은 상품의 시장성을 높여주는 경제학의 ABC이다 .
이런 현실들을 외면한 불균형의 재무 저조, 더군다나 불균형의 경영 의도 등은 불황을 스스로 끌어들인 것이다. 이것이 한 특정의 기업에 그치지 않고, 일반화되었을 때 불황도 일반화의 경향으로 나타나고 만다.
오늘, 그 난관과 같은 문제들을 사채권자의 희생 위에서 해결하려는 생각은 정치적 경제의 발상이다. 이제 기업의 사회성이나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은 채권자의 불신 관계에서 더욱 날카롭게 주도 될 것이다. 한편 그것은 저금리 시대에 차관과 은행 융자로 탐욕스러운 일부 기업인들이 횡재했던 과거의 악몽마저 일깨워준다.
『경제는 조화』라는 말은 새삼 명언으로 생각된다. 빈사 상태의 사람을 「쇼크」로 깨워놓는 것과 경제 현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정책가들은 알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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