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3인 "이렇게 봤다"] 한상희 교수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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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대통령과 평검사간 토론회를 지켜본 법조계 인사들은 각자 입장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나타냈다. 법대 교수와 검사 출신 및 민변 소속 변호사 등 3명의 평을 들어보았다.

*** 정치적 중립성 위한 검사들 청사진 미흡

◆한상희(韓相熙.44.건국대 법대)교수=한마디로 평검사들에게 실망했다. 상급자인 대통령과 토론하려면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는 치밀한 근거와 논리가 있어야 했는데 준비가 너무 부족했다. 토론의 핵심은 검찰이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을 어떻게 얻어내느냐가 됐어야 했다. 그런데 검사들은 '이번 인사를 다시 하라'는 수준에 머물렀다. 검찰 독립성을 보장할 구체적 청사진이 없었던 점도 매우 실망스럽다. 예를 들어 평검사들이 계속해서 주장한 인사제청권을 법무부장관에서 검찰총장에게 넘기는 문제의 경우 법무부와 검찰 간의 권력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관점에서 예산권.조직구성권 등과 함께 종합적으로 논의했어야 했다. 평검사들은 이번 사태를 불러온 데 대한 내부 반성에 소홀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 대통령, 현안수용 거부 장기적 개선책만 약속

◆ 김주덕(金周德.50.전 서울지검 총무부장)변호사=盧대통령과 평검사 간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검사들은 밀실 인사와 법무부와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인사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검찰을 잘 알지 못하는 장관이 외부의 정치 세력과 협의해 인사를 할 경우 새로 발탁된 검찰 수뇌부가 검찰의 중립성을 확보해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었다. 검사들은 이를 위해 제도개선.제도 정비부터 먼저 하자고 했다. 검찰인사위원회도 지금 있는 것을 보강해서 하면 된다고 봤다. 그런데 대통령이 이런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아 검사들이 실망스러워할 것 같다. 대통령은 단기적 현안에 대해서는 수용하기를 거부했고 장기적인 보완.개선책만 약속했다. 검사들은 이런 밀어붙이기식 인사가 정치권 예속을 심화하고, 검사의 신분보장을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할 것 같다.

*** 청문회장 같은 질문 평검사들에 실망감

◆ 김선수(金善洙.42.민변 사무총장)변호사=대통령과 장관, 평검사가 모여 검찰개혁이 필요하고 평검사들이 외부 압력에 맞서 국민을 위한 검찰로 거듭나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다만 한두가지 입장차는 있었다. 검사장급 인사는 현실적으로 인사위원회 구성이 어렵다고 보이는 만큼 평검사들의 의견을 수용하기에는 힘든 측면이 있다. 인사제청권을 법무부와 검찰총장 어느 쪽에 두느냐 하는 부분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민변도 2001년 인사제청권의 검찰총장 이관을 주장했으나 최근 입장을 바꾸었다. 검찰총장에게 권한이 집중된다는 반론이 있었기 때문이다. 토론 태도와 관련, 평검사들이 대통령에게 마치 청문회에서처럼 정치적인 상황을 연결해 질문하는 모습에 실망했다. 평검사들이 순수한 모습보다는 조직 상층부를 대변하는 듯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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