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테이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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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뮌헨·올림픽」 남자배구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한국은 북한에 통쾌하게 이겼다.
현지 실황을 들으면 양쪽 모두 열 띈 응원이 있었던 것 같다. 어느 「스포츠」경기에서나 열광해지면 응원석에서 무슨 말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그게 「스포츠」 관전의 심리다.
특히 이것도 남·북간의 대결이라고 본다면 열띠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예상만큼 심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경기가 있기 전에는 양쪽 선수들끼리 정다운 말들을 나누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래서 「스포츠」가 좋은 것인지 갈라놓는 「테이블」이 없다. 이게 크게 작용한다. 「캘리포니아」대학의 「로버트·서머」교수에 의하면 사람의 행동은 공간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라 한다.
가령 식당에서 사람들이 한 방형 「데이불」에 앉아 있다고 하자. 이때 마주 앉았거나, 나란히 앉은 사람들끼리 보다는 대각선상의 사람끼리 말을 더 많이 나눈다.
「테이불」의 모양도 사람들의 심리를 크게 좌우한다. 방형일 때에는 「테이불」을 사이에 둔 양쪽의 경계가 분명해진다. 따라서 양쪽이 서로 자기 주장을 더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테이불」이 작을 때에는 양쪽의 거리도 짧다. 반면에 큰 「데이불」에서는 그 거리가 넓어진다. 따라서 큰 「테이불」에 멀리 떨어져서 마주 앉아 있을 때에는 서로의 대화가 두절되기 쉽다. 정다운 말도 나누기가 힘들다. 「테이불」사이의 거리는 그 만큼 인간사이의 거리까지도 멀게 하거나 가깝게 해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강화회담 같은 곳에서는 애써 널찍한 방형「테이블」을 쓰기 마련이다. 조금도 정에 흐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방형의 양쪽은 언제나 평행선을 이룬다. 그만큼 제 주장을 하기 쉬운 것이다.
한편 원형 「테이불」은 평등성과 부정성을 증가시킨다. 아무리 서로를 멀리 격리시키려해도 원형은 적어도 한 점 이상에서 접촉하게 되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나란히 앉기를 피하고 되도록 이면 마주 앉으려 한다. 반면에 여자들은 서로 나란히 앉기를 좋아한다. 자기주장의 심리가 남성편이 더 강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원형이 방형보다도 협상에 유리하다해도 역시 「테이불」이 없는 것만은 못하다.
그래서 협상의 명수라는 「키신저」처럼 자주 잠적함으로써 애써 공식 「테이블」을 피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테이블」은 지금 판문점에도 있다. 이번 배구경기가 보여준 것처럼 그것마저 없으면 협상은 더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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