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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는 체스로도 대결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서양 장기 「체스」가 세계적인 주목을 끈 것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세계의 수천만 「체스」「팬」들은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의 한 「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챔피언」 「보리스·스파스키」(소련) 와 도전자 「로버트·피셔」(미)간의 「게임」을 그 어느 때보다 열광적으로 지켜보고 있다.
3년만에 한번씩 열리는 세계 선수권 대회라는 「게임」의 비중도 있겠지만 이번 「게임」 의 개최여부를 두고 두 사람이 벌여온 신경전이 더욱 흥미롭기 때문이다. 도전자 「피셔」 는 시합을 앞두고 30%의 「개런티」 인상을 내걸고 잠적해버렸다.
이때 선수권자 「스파스키」는 이미 2주일 전 시합장소 「레이캬비크」에 도착해 있었다.이렇게 되자 세계도처에서 「피셔」가 시합에 임해야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헨리·키신저」박사도 「파리」회담보다도 더 지지부진한 두 사람간의 승강이를 보다못해 「피셔」에게 시합에 응할 것을 종용했다.
이때 영국의 한 백만장자가 「개런티」를 두 배로 올려 12만 5천 「달러」로 해 줄 것을 제의하자 시합 막바지에 가서 「피셔」가 시합장소에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스파스키」가 「피셔」의 지연전술로 인해 모욕을 받았다하여 「피셔」가 서면사과를 하지 않으면 시합에 응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피셔」가 자기의 당초 거부가 단지 「개런티」문제지 상대방을 모욕할 의사가 없었음을 밝히자 시합은 시작됐다. 지금까지의 전적은 5승 3패 2무로 「피셔」가 앞서고있다.
두 사람이 상대하여 판을 가운데 두고 각각 16개의 말(「킹」 「퀸」 각 1개, 「비숍」 「나이트」 「루크」 각 2개, 「폰」 8개)을 졸로 하여 서로 공방으로써 적의 왕을 가두어 승부를 겨루는 「체스」의 「챔피언」쟁탈전은 총 24회의 시합을 하여 12번을 먼저 이기는 사람이 선수권을 획득한다.
그러나 도전자는 12승에다 적어도 한번은 비겨야 한다.
현재 세계에는 6천만명의 「체스」선수가 있는데 가장 널리 보급된 곳은 소련이다. 「레닌」시대 때부터 번창하기 시작한 「체스」「붐」으로 인해 소련에는 현재 40만 명의 등록선수가 있다. 미국은 3만 5천명.
소위 바둑으로치면 고단자라고 할 수 있는 「그랜드·마스트」가 세계에 82 명 있는데 이중 36명이 소련사람이다. (미국인은 11명)
이런 소련 아성에 미국인이 도전을 한 만큼 전 미국의 「매스컴」들은 현재 「체스」 열풍으로 들뜨고 있다. 「닉슨」 대통령이 손수 「피셔」에게 격려편지를 보내고 「피셔」 응원가가 「팝송」으로 유행할 정도.
소련에서는 「체스」의 「매너」를 동양의 기도만큼이나 중시하고있다. 「레닌」은 『「체스」야말로 마음의 체육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체스」는 굉장한 체력을 소모하는 시합이다. 최근 미국의 「템플」대학 연구 「팀」이 측정한 바에 의하면 「체스」는 「복싱」이나 「풋볼」만큼의 체력을 필요로 한다.
한 「게임」을 완전히 마치면 체중이 15「파운드」가 줄어든다.
그래서 「유고」의 「체스」선수들은 항상 시합장소 옆에 간이 「사우나」탕 시설을 해놓고야 시합에 임한다.
「피셔」도 반드시 시합 전에는 「복싱」·수영·「요가」등으로 체력을 단련시킨다.
그러므로 「체스」선수권자는 항상 자기 체력의 「피크」를 넘기고 나면 「타이틀」을 빼앗기기가 일쑤다. 「스파스키」가 35세이고 「피셔」가 29세라는 사실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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