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은 전쟁을 위한 전쟁일 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기독교 신자로서, 또 전직 대통령으로서 단언하건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종교적 원칙도, 국제법에 대한 존중도 결여된 전쟁을 위한 전쟁일 뿐이다."

지미 카터(사진) 전 미국 대통령은 9일자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전쟁을 위한 전쟁(just war)인가, 정당한 전쟁(a just war)인가'라는 글에서 국제 여론을 거스르며 추진하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 방침을 비난했다. 다음은 그 요약.

"전쟁은 모든 비폭력적인 방법이 소진됐을 때 동원하는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아직도 전쟁을 피할 수 있는 대안이 분명히 있다. 개전 초 3천여기의 미사일 등이 발사되면 상대적으로 무방비 상태인 이라크 민간인들의 타격이 가장 클 것이다. 미군의 공중 폭격이 아무리 정교하다 해도 무고한 민간인들의 희생은 불가피할 것이다. 폭력은 우리가 당한 상처에 비례해야 한다.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해야 한다는 유엔의 결의안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러나 미국은 후세인 정권을 교체하고 그 지역에 미국 패권주의를 실현하는 데 눈독을 들이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독단적이고 권위적인 이라크 정책을 고집하면서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도가 최악으로 떨어졌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의 군사력은 이라크가 유엔의 결의안을 성실히 따르도록 강제하는 데 이용해야 평화와 정의의 수호자로서 미국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정리=정용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