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수용태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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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교부는 10일 남-북 공동성명발표에 따른 교육태세확립과 교육자의 자세에 대한 지침을 시달하기 위해 전국 교육감회의를 소집했었다.
7·4성명이후 반공의 교과목을 담당하고있는 일선교사와 학생들과의 대학의 현장에서 적지 않은 혼선과 곤욕이 빚어졌음에 비추어 문교당국의 이 같은「이니셔티브」는 늦출 수 없는 것이라 보고 우리도 이 같은 모임의 소집을 촉구한바 있었다.
이날 교육감 회의에서 시달된 내용을 요약하면 반공교과서 개편은 고려되지 않고 있으며 반공교육은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7·4성명이후의 새로운 상황전개는 어디까지나 남북대결의 하나의 방법으로서「협상의 원칙」이 도입되었다는 것 뿐이요, 그것은 결코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서로 용납할 수 없는 두「원칙의 협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었다. 그렇기에「원칙의 대결」을 위한 가장 중요한 발판 다지기로서의 반공교육은 이를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본 난은 이미 주장한바 있었다. 따라서 문교부가 이날 회의에서 시달한 기본방향에 대해서는 아무 이의가 없다.
뿐더러 교육계 일선 지엽의 혼란이나 동요에 즈음해서 문교근간의 부동성·일관성을 다짐하고 시위하는 일은 마땅히 있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와 함께 우리는 변화하는 정세에 적응하고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문교정책의 유연성을 아쉬워한다. 남-북 공동성명발표로 교육계에 어떤 혼란이나 동요가 빚어졌다면 바로 그러한 사살자체가 종전의 반공교육의 방법과 그 효율성에 미비점은 없었던 것인가 한번 반생의 계기로 삼는 것이 좋으리라고 우리는 보는 것이다.
교육의 영역 또한 정치·외교·경제의 다른 부문과 마찬가지로, 미분화·합리화에 그 진보의 근본 추세가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세계를 자유·공산 두「블록」으로 흑백 구분하던 50년대의 세계상은 중·소 분쟁, 「드골」의 등장 등으로 이미 붕괴하여 내부적 개별화의 추세를 촉진해 왔다. 한국의 외교와 대외무역도 이 같은 세분화의 세계추세에 맞춰 이미 공산권을 적성지역과 비 적성지역으로 구별하는 전향적인 적극정책을 내세운바 있다. 그에 비해 우리들의 반공교육은 아직도 공산·자유의 무차별적 흑백도식에 안일한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만하다.
한편 종전의 반공교육이 사실의 객관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한, 합리성에 근거했다 기 보다 공산주의를 인간 아닌 마귀나 기계인간인 괴뢰의 하는 짓으로만 알도록 감정에 호소하는 면이 너무 치우치지 않았던 것인가 도 냉철하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북괴」가 돌연「북한」으로 둔갑을 한데서 온 충격의 일부는 우리들의 대공교육이「사실」보다는「신화」에 입각한데서 온 것이라고 보아서 잘못일까.
현대는 변화를 스스로의 숙명으로 하고 있다고 일러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교육은 무엇보다도 변화에 강한 인문형성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반공교육도 또한 이의 제외 예는 아니다. 변화에 강하기 위해서는 변화에「기습」을 당함이 없도록 언제나 유연한 자세를 지닌다는 것이 중요하다. 대공교육에 있어 변화에 기유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미분화·합리화의 원리 위에서 대공인식을 심화하는 길 밖에 없다. 공산주의자에「허」를 찔림이 없도록「지공」교육을 강화할 것을 우리가 촉구하는 소이 이다.
다행히 이 같은「지공」교육「프로그램」은 우리 나라에서도 이미 그 원형의 설정이 모색된 바 있는 줄 안다. 국토통일이 수년 전부터 남가 주 대학 국제문제 연구소·「밴더빌트」대학 공산주의 및 입헌민주주의연구소 등이 제작한 반공교육「키트」를「모델」로 삼아 각급 학교용 및 일반성인 교육용으로 개발한「통일교육지침」등은 문교부의 반공교육강화를 위한 장학방침을 세우는데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길잡이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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