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곡수매가의 책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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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올해 추곡수매가격을 어떤 선에서 결정할 것인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으나,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있어 복수안을 마련하고 있다한다.
이 복수안의 내용은 작년 이후의 고미가정책을 계속 추구한다는 뜻에서 정부수매가격을 20% 인상하는 방안이 그 하나이고, 그 둘째는 물가안정을 우선해야 한다는 뜻에서 5% 내지 10%만 인상하자는 안이 그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그러므로 당국이 최종적으로 그 중 어떤 선에서 추곡수매가격을 결정할 것인지는 좀더 두고 보아야 하겠으나 농업정책상 가장 중요한 추곡수매가격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경솔한 판단을 내려서는 아니되겠다.
먼저 추곡수매가격을 계속적으로 대폭 인상할 수 없는 여건은 무엇이며 그것이 해결될 수 없는 성질의 난제이냐하는 것부터 면밀히 검토해야겠다.
알려진 바로는 추곡수매가격을 5%∼10%만 올리자는 이유에는 세 가지가 있을 것 같다.
즉 ①IMF가 고미가정책을 반대하고 있으며 ②재정형편이 여의치 않고 ③물가상승율을 3%로 예정하고 있다는 것 등이 수매가격을 대폭 인상할 수 없는 이유라 한다.
그러나 추곡수매로 방출되는 통화는 정부미방출로 환수되는 순환자금이지 통화증발의 추세적 요인은 아니라는 점에서 재정안정계획과 이 문제를 지나치게 결부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문제는 연말자금한도에 압박을 주는데 있다 하겠는데, 이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 하겠으며, 때문에 고미가정책의 후퇴를 불가피하게 하는 요인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음으로 재정형편이 여의치 않아서 고미가정책을 후퇴시켜야 하겠다는 점은 재정지출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문제이다.
근자의 식량수입규모가 연간 2억5천만「달러」수준에서 고정화하다시피 한 실정을 감안할 때, 식량증산이 국제수지개선에 미치는 효과는 산업투자나 사회자본투자효과보다 결코 적지는 않을 것이다. 사리가 이와 같다면 재정지출의 우선순위 조정으로 애로를 타개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봄이 옳을 것이다.
또 물가상승율을 연3%로 억제해야 하겠으니 고미가정책을 후퇴시켜야하겠다는 이유도 그다지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것은 못된다 하겠다. 당국 스스로 「에너지」가격을 위시한 주요공산품가격의 현실화를 하반기에 단행할 것을 검토하고있는 실정인데 물가상승율을 3%선에서 억제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솔직이 말하여 물가상승율을 3%로 억제한다면 경기침체과정은 가속화할 것도 뻔한데, 이처럼 비현실적인 가정 때문에 고미가정책을 후퇴시키는 것이 타당할 것인지는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끝으로 고미가정책을 어느 정도 구체화시킨 것은 불과 지난 2년간의 일이라 하겠는데 이를 벌써 후퇴시킨다면 앞으로의 농정은 공신력을 상실해서 장기적으로 큰 「딜레머」에 빠지는 손실을 깊이 계산해야 할 것이다.
농민이 농정을 전적으로 불신하게 될 때 파생되는 장기적인 손실을 생각한다면 농정의 기본을 함부로 전환시키는 것은 삼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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