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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도보횡단 3백54일|이청년, 「로마」서 서울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이탈리아」청년 「로베르토·바시」씨(30)가 1년 동안 걸어서 세계를 돌던 중 「로마」를 떠난 지 3백 54일 만인 11일 서울에 도착했다.
작년 6월20일「로마」를 떠난 뒤 중동과 동남아 각국을 걸어 여행하고 있는 「바시」씨는 17일쯤 서울을 떠나 동경에 이르면 꼬박 1년의 여정을 마치는 것이다.
「바시」씨는 이번 여행의 주목적이 52년전 서울에 들른 선배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한 데 있다고 했다.
「이탈리아」의 「티에네시」시에 있는 「안젤로·페라린」방직공장 염색담당직원인 그는 2년전 전 회사대표 「페라린」의 모험기를 우연히 읽었다는 것이다.
52년전인 1920년 5월 20일 「이탈리아」군 장교였던 「페라린」 중위와 「마셰로」중위는 비행술 초창기였던 당시 잠자리비행기 「안살도·스바」기를 타고 모험 끝에 여의도 공항에 무사히 착륙한 일이 있다.
그때 서울에는 하늘의 첫 손님으로 10만 여명의 군중이 구경나간 일까지 있었다.
「바시」씨는 그때 모험으로 6개국을 놀라게 한 선배의 장거를 비행기 아닌 도보로 재연키로 결심한 것.
그는「로마」∼「그리스」∼「터키」∼「시리아」∼「이라크」∼「쿠웨이트」∼「이란」∼「파키스탄」∼「인도」∼「방글라데시」∼「버마」∼「태국」∼「라오스」∼「홍콩」∼대만∼서울을 걷는 동안 「인디라·간디」인도수상과 대만에서 엄가감부총통 등 저명인사도 만나 평화를 호소했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를 지날 때(시산혈해)를 보고 『전쟁을 없앨 수 없나, 세계는 서로 친구로 지낼 수 없나』하고 생각했다고.
키1백75㎝에 몸무게 84㎏이었으나 이제 20㎏이 줄었다는 그는 지금까지의 등산화 2켤레의 바닥이 몽땅 닳도록 걸었다.
「로마」를 떠날 때 단돈 2백 80「달러」를 가졌으나 각국을 거치면서 「이탈리아」대사관과 「카톨릭」 선교회 등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하면서 『인간의 육체와 의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며『「페라린」중위가 서울에 왔을 때는 일본의 통치하에 있었으나 이제 독립된 한국에 처음 와보니 옛 선배의 모험기를 고치게 될 만큼 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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