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해고요건 완화 … 10년 새 실업률 4.5%↓ … 일본 계약직 근로자 기간 5 → 10년으로 늘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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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올해 4월 일본에선 5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계약직) 근로자를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하도록 하는 새 노동계약법이 시행됐다. 당시 아사히신문은 “한국에서 근무기간 2년을 조건으로 유사한 법이 발효됐을 때처럼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근무기간 5년이 되기 직전에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을 해지하는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는 기업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론이 좋지 않자 일본 정부는 이달 5일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을 10년으로 연장했다. “인력을 채용할 때 겪는 불편을 덜어주겠다”는 개정 취지 설명이 있었다. 새 노동법이 시행된 지 7개월 만에 법을 현실에 맞게 고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 법안을 아베노믹스 핵심 정책으로 삼았다.

 독일의 경우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재임 당시 해고요건을 완화하고, 기간제 사용기간을 대폭 연장하는 한편 법인세를 인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하르츠(Hartz) 개혁을 추진했다. 후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찬사를 보낼 정도로 슈뢰더의 개혁은 큰 효과를 봤다. 2003년 450만 명의 실업자가 쏟아져 실업률 11.6%를 기록했던 독일은 하르츠 개혁이 추진된 뒤 2010년 실업률이 7.1%로 뚝 떨어졌다.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좌파인 슈뢰더 총리가 개혁자동차를 만들고, 우파인 메르켈 총리가 운전대를 잡고 실행에 옮기면서 독일은 유럽의 병자에서 성장엔진으로 거듭났다”고 평가했다.

 스페인은 정규직 해고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자유로운 해고를 유도하고 있다. 해고수당도 현재 45일에서 33일로 줄였다. 스페인 정부는 고용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선진국이 고용률 70%를 달성한 시점에는 이 같은 유연한 고용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 독일은 하르츠 개혁이 본궤도에 오른 2008년 70.2%의 고용률을 기록했고, 영국은 대처리즘에 따른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해고 규제완화, 법인세 인하 등)이 빛을 발하던 1989년 72%의 고용률을 보였다. 미국은 레이거노믹스에 따라 각종 사업 규제를 정비하고, 소득세와 법인세를 낮추는 개혁을 실행한 1987년 고용률 70.7% 고지에 오를 수 있었다.

 성균관대 조준모(경제학) 교수는 “규제를 풀어야 노동시장이 생물처럼 가장 효율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고, 그래야 자연스럽게 고용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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