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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국제관광공사는 서울시 방화동 일대에 대규모의 기생촌·「누드」촌·「카지노」촌 등을 만들 계획임이 밝혀졌다. 외화획득을 위해서라 한다. 꼭 「키엔티피코스」(Cientificos)와 같은 발상법이다. 1870년부터 19l0년까지 「멕시코」를 이끌던 「디아스」밑에는 「키엔티피코스」라고 불리던 한 무리의 전문가들이 있었다.
강이 자주 범람한다고 하면 「댐」을 만들었다.
「댐」때문에 물고기가 죽는다면 양어장을 따로 만들었다. 「댐」때문에 그 근방 마을이 물에 잠긴다니까 이번에는 다른 곳에 새 마을을 만들어서 사람을 이주시켰다.
이런 수 없는 부작용들을 일으키면서까지 꼭 「댐」을 건설해야하는지, 「댐」이외에는 따로 치수의 길이 없었는지? 이런 것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았던 게 「키엔티피코스」들이었다. 이들이 무엇보다도 등한시한 것은 인간적인 측면이었다.
기생촌과 「누드」촌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온 것은 연간 1억「달러」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다는 계산에서라고 한다.
어떤 수식에서 이런 액수가 산출되어 나왔는지도 의심스럽다. 한국의 「키엔티피코스」의 계산이 어련했겠느냐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돈으로는 어떻게도 환산할 수 없는 해괴망측한 부작용들을 이런 외국관광지가 얼마나 일으킬 것인지.
우리는 매일같이 퇴폐풍조 단속의 소리를 듣는다. 어디서나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다. 그 한복판에 이를 데 없는 환락의 별천지를 만들어낸다. 물론 한국인에게는 금지구역이란 단서가 붙어있지만….
그러나 외국인에게는 좋아도 우리에게는 나쁘다는 가치기준의 이중성이 얼마나 오래 갈 것인지. 또 얼마나 「신풍」을 강조하는 소리가 설득력 있게 들릴 것인지.
관광한국의 「슬로건」이 자꾸만 빗나가고만 있는 것 같다. 일전에는 또 외국인 관광객이 동반한 한국여성에게는 야간통금을 풀어주겠다는 얘기도 있었다. 이래서 한국을 다녀간 일본인 여행자들은 한국이 얼마나 값싸게 진탕 놀기 쉬운 나라인가를 자랑스레 잡지에 쓰게 된다.
앞으로는 더욱 재미있고 놀기 쉬운 한국이 될게 틀림없다.
「달러」도 그 만큼 더 많이 굴러 떨어질 것이다. 그와 함께 한국의 「이미지」도 떨어질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물론 모두가 잘 살게만 된다면 아무 탈도 없다. 그러나 「달러」만으로 사람이 잘 살게 된다고는 볼 수 없다. 떳떳하지 못하게 얻는 「달러」일 때는 더욱 그럴 것이다. 또한 그런 것이 한국인의 기풍에 얼마나 퇴폐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제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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