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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자녀 때문에 고민이라면 사춘기 전 성장호르몬 치료 받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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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숙증은 자라야 할 키 5~6㎝의 성장을 막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비만·성조숙증·저신장을 하나로 봐야 한다.” 유년기 자녀를 둔 부모의 걱정거리가 또하나 늘었다. 성적만큼 신경 쓰게 하는 것이 아이의 성장이다. 또래보다 조금이라도 작아 보이면 성장이 멈춘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키가 유독 작은 것을 의학에서는 질환으로 본다. 이를 ‘저신장증’이라고 부른다. 또래 100명 중 키가 가장 작은 3명 안에 속할 때를 말한다.

하지만 요즘 부모는 다르다. 저신장증이 아니라도 성장클리닉을 찾아 아이가 좀더 크길 소망한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김용혁 교수(소아청소년과·사진)에게 성장을 방해하는 성조숙증의 원인과 증상·치료법을 들었다.

 저신장 치료는 행동을 교정하는 것이 먼저다. 운동을 하면 성장판을 자극하고,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 잠을 충분히 잘 때 성장호르몬이 분비되고, 스트레스 감소에 도움이 되므로 수면시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잠은 오후 10시 이전, 하루 8시간 이상 자야 효과가 있다.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고려되는 것이 성장호르몬 치료다. 뼈의 길이와 성장에 관여하는 호르몬을 몸에 주입한다. 나이·몸무게에 따라 정해진 용량의 성장호르몬을 매일 집에서 직접 주사한다. 주삿바늘이 안 보이게 숨겨진 상태로 투약용량이 자동으로 조절되는 주사가 나와 주삿바늘을 두려워하는 어린이도 스스로 투여할 수 있다.

 치료시기와 치료기간에 따라 성장호르몬의 기대효과는 천차만별이다. 김 교수는 “성장호르몬이 효과를 보려면 최소 2~4년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5~6㎝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또래에 비해 10㎝ 이상 작거나, 한해 동안 3㎝보다 적게 자라면 점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저신장증으로 진단되면 즉시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적어도 사춘기 이전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사춘기 이전에 키 성장의 80%가 이뤄져서다. 사춘기 이후에 치료를 받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치료는 성장판이 닫힐 때까지 지속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성장판은 보통 뼈 나이로 남자는 15~16세, 여성은 14~15세에 닫힌다”며 “치료시기가 너무 늦으면 성장호르몬 치료를 하더라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뼈 나이를 알기 위해선 왼손 X선 검사를 한다. 뼈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적을수록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교수는 어렸을 때 키가 크다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비만이나 성조숙증으로 남들보다 성장이 미리 멈출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치료시기를 놓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김 교수는 “비만 혹은 성조숙증 아이가 어릴 때 키가 큰데 ‘잘 큰다’고 착각하기 쉽다”며 “부모 키는 작은데 아이가 너무 크거나 또래보다 연간 3㎝ 이상 크면 비만·성조숙증을 점검하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키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약이나 식품도 조심해야 한다. 특히 칼슘제제는 피해야 한다. 김 교수는 “칼슘제제는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이 입증된 만큼 의사 처방 없이 먹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류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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