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陳정통 감싸다간 정권 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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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당직자들의 9일 만찬에서 진대제(陳大濟) 정통부장관의 자진사퇴를 건의하기로 해 陳장관 진퇴 논란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정대철(鄭大哲) 대표가 주재한 7일 민주당의 고위당직자회의에선 "陳장관을 계속 감쌀 경우 정권 자체에 큰 타격과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대두됐고 결국 盧대통령에게 민심의 동향을 전한 뒤 자진사퇴 유도를 요구하기로 했다는 전언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지역구 민심을 접하고 있는 당 분위기는 썩 좋지 않다"며 "자고 나면 새 악재가 터지는데 陳장관이 철저한 해명 등 위기관리를 너무 소홀히 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 했다.

다른 관계자는 "陳장관을 구하려다 盧대통령이 구상 중인 다른 개혁작업이 지장을 받을 수도 있다"며 "부담스럽더라도 당에서 총대를 메자는 의견이 나온다"고 했다.

특히 陳장관의 도덕성 시비의 핵심인 병역면제 의혹과 이중국적 등은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아들 병역면제와 손녀 원정출산을 공격했던 소재와 유사하다는 점이 민주당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 의원들 대부분이 1999년 옷 로비 사건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언론의 마녀사냥"이라며 김태정(金泰政)법무장관을 감쌌다가 향후 정권의 큰 부담이 됐던 악몽을 기억하고 있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회의에서는 당초 대북 송금 특검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참석자들이 각종 인사 관련 파문, 특히 초점이 돼버린 陳장관 문제를 거론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그러나 9일 盧대통령과의 만찬이 마치 陳장관 자진사퇴를 공식 요구하는 자리로만 비춰져 당과 盧대통령 간의 갈등 양상으로 비춰질 부담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盧대통령과의 만찬회동은 특검법안 처리를 주제로 하고 당의 결정사항은 이상수(李相洙)사무총장이 문희상(文喜相)비서실장에게 따로 전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청와대는 민주당의 이 같은 방침에 다소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이미 盧대통령과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 등이 나서 "국민께 송구스럽지만 국가를 위해 세계적 인재를 등용하는 차원에서 양해해 달라"고 정리를 했기 때문이다.

陳장관도 이날 '참여정부 국정토론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가 발전에 기여해(물의를 빚은 것을)만회하겠다"며 "나라 발전을 위해 일해야지 이런 일로 시간낭비하면 되겠느냐"고 말해 자진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내년 4월 총선 승리에 역점을 두고있는 盧대통령으로서는 민심과 여론을 들어 당이 거듭 결단을 요구할 경우 마냥 못 본 척 할 수도 없어 적잖은 부담을 안게 됐다.

결국 陳장관의 거취는 이번 주말을 고비로 여론의 향배가 좌우할 전망이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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