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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청년 실업, 사회적 기업, 정년 연장 … 소설도 읽고, 경제에도 눈을 뜨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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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명작의 경제
조원경 지음, 책밭
524쪽, 1만8000원

경제란 게 결국 먹고 사는 얘기다. 이 책이 많은 고전문학과 최신 경제 이슈, 경제학 이론을 끌어와 하려 했던 말이 이거다. 경제를 복잡한 수식이나 그래프로 떠올릴 필요 없다고. 일하고 놀고 배우고 경쟁하고 뛰고 넘어지는 우리네 일상 자체라고.

 책은 소설 형식이다. 영문학을 전공한 경제부 기자 하서인은 “문학을 통해 경제를 쉽게 풀어보겠다”며 신문 연재를 기획한다. 문학이 태동한 나라를 직접 찾아가, 그 나라의 지식인들과 문학과 경제 이슈에 대해 토론한다. 그 과정에서 제기된 현대 경제의 문제점과 해결책이 하 기자의 목소리를 빌어 책에 담긴다.

 방대한 경제 현상과 이론을 담았음에도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건 그래서다. 주인공과 함께 고전문학을 되짚다 보면, 문학 속 주인공의 고단하고 격정적인 삶을 돌아보다 보면, 지금 우리 주변의 경제 이슈가 얼마나 보편적이고 뿌리가 깊은 문제인지 깨닫게 된다. 『레 미제라블』을 보자. 저자는 빵을 훔칠 수 밖에 없었던 장발장을 통해 지금의 사회통합시스템을, 즉 죄수라는 낙인으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던 장발장의 모습에서 계층이동이 어려운 현대 사회를 고민한다. 장발장에게 은촛대를 건넨 주교의 선의를 ‘너지(nudge·유연한 개입)’라는 경제용어로 설명하거나, 장발장이 세운 구슬공장을 오늘날 사회적 기업에 비유하는 장면은 미소를 짓게 한다.

 이어 러시아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서는 현대 경제·심리학계에서 제기하는 행복의 조건을 소개하고, 미국 소설 『분노의 포도』로는 정년 연장, 청년실업 등 최근의 일자리 문제를 짚어보는 식이다. 어른들에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경제교양서가, 청소년들에겐 경제와 문학을 친근하게 살펴보는 가이드북이 될 듯하다.

 저자는 이야기의 힘을 아는 공무원이다. 1990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20여 년 간 기획재정부에서 일했다. 톡톡 튀는 글쓰기로 유명했다. 대외경제총괄과장을 맡던 2011년, 박재완 당시 기재부 장관의 해외 연설문에 여러 차례 직접 지은 동화를 섞어 넣어 화제를 불러모았다. 지금은 미주개발은행 한국대표로 파견돼 워싱턴 DC에서 일하고 있다.

 그에게 왜 소설 형식의, 문학을 접목한 경제서를 냈냐고 묻자 또 이야기의 힘을 강조했다. “경제가 피부에 와 닿으려면 이야기 없인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이야기가 있어야 독자들이 경제를 삶의 일부로 생각하거든요.”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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