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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죽었는가?|기독 학생 총연 주최 강연서 지적한 바람직한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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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학가 주변에 유흥장이 오후만 되면 발 들여놓을 틈이 없을 정도로 붐 빈다. 탁구장과 기원이 새로 생기고, 다방과 당구장, 대포집은 문전 성시를 이룬다. 그래서 수십만평의 각 대학 「캠퍼스」는 강의가 끝나는 시간이면 가끔 운동 경기를 하는 학생들 외에 별로 사람을 볼 수가 없다. 몇 백원으로 각자 즐길 수 있는 유흥장으로 학생을 빼앗긴 대학은 조용하다.
학생회는 활동이 없고 구성도 되지 않은 곳이 많다. 서울대 법대는 15일로 정했던 학생 회장 선거를 후보자가 없어 3번째 무기 연기했다. 한양대는 총학생회가 움직이지 않아 모든「서클」 활동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부산의 동아대는 대의원회가 소집되지 않아 학생들이 낸 자율적 경비 집행을 학생처 지도만으로 하게 되었다. 학내 활동에 흥미를 잃고 바깥으로 뻗는 그들의 활동력을 흡인하지 못한 채 대학은 조용하다. 교수들은 스스로 「딜레머」에 빠졌다고 하면서 방향 제시를 하지 못하고 있다.
H대 L교수는 『학생과 대화를 가지라는 명목으로 학생 지도비를 월 1만원씩 지급 받고 있지만 서로가 흉금을 터놓고 대화할 여건이 되지 않은 것 같다』고 안타까와한다. 교수나 학생 일 개인의 힘으로 오늘날 대학가의 이상정적을 타개 할 수 없다는 것이 쌍방의 말이다. 결국 전체 사회와 대학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이러한 대학가의 무중력 상태는 한국 기독 학생 총 연맹이 주최한 『대학은 죽었는가?』라는 내용의 강연회에서도 지적되었다.
15일 한국 기독교 회관에서 가진 이 모임에는 안병무 교수 (한국 신학대) 이문영 교수 (고대) 등이 참석했는데 안 교수는 문교 당국의 책임과 아울러 대학 자체의 이념 부재에서 오늘날 대학이 무기력한 원인을 찾았다. 「어떤 사회에서나 정부는 일정한 가치관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의 가치관을 종합할 의무만 있다. 가치관의 수립은 대학이 맡은 임무이며 이는 또 진리 탐구의 자유 보장이 선결 과제다. 고정된 진리가 없는 민주 사회에서 대학의 가치 창조 기능은 중단 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라고 그는 전제했다.
이러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한국의 대학에 대한 책임은 1차적으로 당국에 있지만 대학 자체에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심하게 말하면 남학생과 거리의 불량배, 여학생과「패션·걸」, 교수와 「탤런트」를 구별 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대학이 어떻게 일반사회와 구별되는 권리를 갖고 본래 기능을 다할 수 있느냐고 그는 묻고 있다. 『「메이· 퀸」으로 대학생의 「심벌」을 만드는 현상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는 대학의 「정신 빈곤」현상이 행정부의 책임을 묻는데서 끝없는 악순환만 거듭하고 있다』는 안 교수는 『대학은 오늘이 아닌게 내일을 위해, 행동이 아닌 추구의 자세로 가치 수립의 노력을 부단히 계속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대학은 일반 사회와 『직선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스스로의 기준을 세워』 자신을 지켜나갈 때 구심력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이문영 교수는 『본연의 기능을 갖는 대학은 학생이 밀착한 벽을 만들어 주는 대학이며 이러한 작업은 관과 대학이 정상 관계의 폭을 계속 넓혀갈 때 가능하다』고 정부와 대학이 같이 대학생의 활동 지원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우선 정부는 대학에 대해 ①교수 대우·장학금·도서 시설·실험 기재 등에 재정 지원을 해야하며 ②대학의 질적 통제를 위해 노력해야 하고 ③사립대의 재단을 감독하고 ④교수 활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학생을 취직 시험 아닌 전 대학 생활에서 평가하고, 지적 편력을 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을 운영 시켜야 한다는 것. 또한 학교의 분위기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는 이사회와 교수회의 분권을 보장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쨌든 오늘날과 같은 대학 분위기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학 스스로가 최대한으로 전 대학인에게 참여 보장 사회를 만들고 미래를 위한 추구의 자세를 가다듬을 때 구체적인 방법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대학 사회의 다수 의견이다. <권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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