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기업개혁 5년내내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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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7일 참여정부 국정토론회에서 자신의 국정개혁 방향을 다시 한번 자세히 밝혔다.

시장개혁=정부가 특정 집단을 계속 겨냥해 공격하는 용어는 적절치 않다. 시장개혁이란 말로 바꿨으면 좋겠다. 시장개혁은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외국 투자자가 관심 갖는 부분도 시장개혁이다. 그러나 시장개혁이 급속히 진행됐을 때는 부담을 주기 때문에 경제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속도는 기업이 감당할 만큼 진행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가다가 유야무야해진 일이 많아 아주 완강하지 않으면, 회오리바람 몰아치듯 안하면 (기업이)믿지 않는다. 기업인은 '이 바람만 잠시 지나면'하고 개혁에 저항한다.

이젠 몰아치는 대신에 확고한 의지로 5년 내내 잠시도 쉬지 않고 개혁을 반드시 한다. 그럼 '아 이건 피할 수 없겠구나'하고 적응해 갈 것이다. 강력한 개혁 의지를 갖고 바싹 끈을 조일 것이다.

정치개혁=정치권의 자율 개혁을 기다리며 손을 떼고 있다. 내가 손을 대도 별 수 없다. 그러나 하나의 수단이 있다. 정치권이 개혁을 안하면 제가 당원들을 설득할 수 있다. 당을 개혁하자고 선동하고 앞장서 이끌 여지는 남아 있다.

다만 민주당에 국한된다. 정치는 상대적이어서 한 정당이 개혁하면 다른 정당도 안할 수 없다. 지금 잘 된다고 보고 있지만 간곡히 국민에게 호소해 정당 개혁에 직접 나설 의향,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언론개혁=언론개혁에 관해선 정부의 역할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돼 있다. 언론 스스로 해주길 바라고, 국민이 분위기 만들고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정부는 적어도 유착은 하지 않겠다. 정부와 언론이 서로 깨끗해지기 위해 긴장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나는 10여년 동안 일부 언론과 긴장관계를 유지했다. 그래서 몸가짐을 조심 안할 수 없었다.

조심해도 많이 긁혔지만 치명적인 실수는 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듬을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 된 것도 긴장관계 덕분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욕먹을 것 먹어가며 정부도 긴장하자. 장관이 피곤할 것이다. 편하게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가판 보고 빼달라고 전화할 수 있겠지만 긴장관계가 돼야 공직사회가 투명해질 것이다.

권력기관 개혁=권력기관은 부당한 방법으로 권력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왔다. 국정원이 그랬고 검찰이 그 일을 기꺼이 했다. 검찰에 신세지지 않고 정권을 5년간 당당하게 이어가고 싶다. 국정원 보고는 열심히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내 정치 문제는 보고받지 않겠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의원들이 무슨 의논했고, 누구와 손잡았고 하는 정치게임 관련 보고는 받지 않을 것이다. 당선된 이후 한번도 보고받은 적 없다.

국정원은 남북대화.국제관계에 할 일이 많다. 아주 우수한 인력이 많이 있기 때문에 동북아 시대의 비전을 나름대로 연구하고, 자료를 모아 제시하고, 정부가 만든 것하고 비교하고 통합해 나가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엄청난 국부를 투입해 양성한 우수한 인력을 하루 아침에 집으로 가라는 것보다 창조적 일을 할 수 있게 하겠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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