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4)<제26화>경무대사계(71)황규면<제자 윤석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인물 천거함>
「로버트슨」특사의 방한으로 대충 작성됐던 한·미 방위조약은 그후 빈번한 절충을 거친후 8월8일 경무대에서 가조인 됐다.
휴전협정이 조인 된지 9일 만인 8월5일「존·F·덜레스」미 국무장관이 다시 내한했다. 사흘간의 마지막 절충 끝에「덜레스」장관과 변영태 외무장관이 방위조약에 가서명을 했다.
이때 이 박사는 조약내용을 일일이 검토하면서 『미군을 우리 나라에 묶어 둬야 공산당들이 쳐내려오지 못한단 말이야』라고 했었다.
또 이 박사는 방위조약이 효력을 발생하기까지는 미국상원의 비준을 거쳐야하는 등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에 따른 대비책도 강구했다.
그래서 이 박사는「덜레스」장관이 성명을 통해 한국안전을 지킨다는 약속을 하도록 했다.
방위조약이 서명되는 날 이 박사는 「덜레스」장관과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오늘부터 이 공동방위조약이 발효케 되는 날까지 사이에 한국에 있는 우리 양국군대는 「유엔」군사령부에 소속되며 동 사령부는 정전조항에 의거하여 행동할 것이다.
우기 기간 중 정전 협정에 위반하여 공산군이 한국에 불법무력공격을 가하는 일이 생길 경우 한국군을 포함하는「유엔」군사령부는 그와 같은 불법공격은 동 사령부자체와 예하 군대에 대한 공격이요, 위협이므로 즉시 그리고 자동적으로 반격을 할 것이다. 불법공격에 대한 이와 같은 반격은 새로운 전쟁이 아니며 정전으로 말미암아 종결된 능동적 전투행위를 공산군이 재개한데 지나지 않을 것이다. 「유엔」군사령부는 이러한 공격에 대비하여 부단의 감시를 할 것이다.』
이 박사는 또「덜레스」와의 회담을 통해 미국이 한국의 전재복구와 경제부흥을 위해 특별원조를 하도록 촉구했다. 이점 역시 공동성명을 통해 약속을 받았다.
『…전쟁으로 말미암아 파괴된 한국의 경제를 부흥키 위해 작성된 3개년 내지 4개년 계획은 한·미 양측대표가 공동의장으로 되어있는 전국경제위원회를 통하여 통합될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이 계획은 미국 국회에 의하여 예산이 통과되는 대로 약10억「달러」의 자금을 사용할 것을 예측하고있다….』
이렇게 하여 가 조인된 한·미 방위조약은 2개월 후인 10월1일「워싱턴」에서 정식 조인했다. 오늘에 있어서도 우리 나라의 안보는 한·미 방위조약이 근간을 이루고 있는 만큼 그 중요성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 박사는 방위조약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했는데 이는 가조인 다음 날 발표한 담화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한·미 방위조약이 성립된 것은 그 영향이 자손만대에 영구히 미칠 것이니 우리가 잘만해서 합심협력으로 부지런히 진전시키면 이웃 나라들이 우리를 무시할 수도 없을 것이요 무시하는 자가 있어도 고려하는 자가 없을 것이니 이번「아이젠하워」대통령의 지도로 미 국무장관일행이 와서 이만큼 해놓은 것은 우리가 감사히 여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 그런데 이 박사는 평소『유능한 인재가 없어 큰 탈이야』하면서 중용 해야 할 인물은 얼마든지 필요한데도 유능한 인재를 얻지 못해 늘 못마땅하게 생각했었다.
대통령이 된 후 덕망 있는 분이나 유능하다는 사람들을 모두 기용해봤으나 이대통령에겐 마음에 차는 사람이 극히 적었고 그래서 유능한 사람이 적다고 한탄했다.
인재등용을 위해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한 이 박사는 지금까지 세상에 나타나지 않고 초야에 묻혀있는 유능한 사람을 구해보리라 마음먹었다.
휴전이 성립 된지 얼마 안된 9월2일 이 박사는 느닷없이 담화를 발표했다. 중앙청 앞에 「인물 천거함」을 실치 해 놓을 테니 유능한 인재를 누구든지 추천하라는 것이었다.
『민국에 천만가지 사업이 날로 진전되어 가는 때에 정부의 모든 사업이나 민간 각종발전에 할 일이 많고 또 재정도 상당히 얻게 되는 이때에 제일 곤란한 것이 사람문제인데, 적어도 이남에2천만 명이라 하며 그 중에 일할 사람이 없다하면 말이 아니 되며 모든 우리사람들이 하는 것은 뭐든지 일하는 것에 칭찬을 들을만한데 사람이 없어서 일이 아니 된다는 것은 말이 아니며, 우리가 구해서 그 사람을 못쓰는 것은 우리가 그 사람들을 몰라서 못쓰는 것이니…. 생각다 못해서 지금 중앙청 앞에다가 상자를 놓을 터이니 누구든지 나라를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각각 자기 있는 곳이나 타처에서나 가장 그 자격과 기능이 상당한 사람들을 천거해서 여기다 넣으면 대통령은 이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인물을 천거하려는 사람은 직접이나 혹은 우편으로 서울 중앙청 앞 인물 천거함 귀중으로 보내주기 바라는 바이다.』
인물 천거함을 설치한 후 이 박사는 좋은 성과가 있으리라고 기대가 컸었다.
며칠에 한번씩 인물 천거함은 경무대로 옮겨져서 함 속에 들어있는 인물천거서류를 정리하여 직접 이 박사에게 보고하도록 되어 있었다.
인물 천거함에 투입된 자천, 타천의 추천서는 잡다하게 많았고 천거된 인물 또한 각양각색이었다.
그중 대부분은 인물천거가 아니라 실직자들의 구직청원 같은 것이었고 자기를 자기가 추천한 보잘것없는 것이었다.
인물 천거함을 만들었을 때 큰 기대를 걸었던 이 박사는 성과가 신통치 않자 크게 실망을 했다. <계속>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