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하이퐁」폭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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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B-52를 비롯한 미전폭기들은 「닉슨」미대통령의 단호한 명령아래 16일 마침내 「하노이」와 「하이퐁」의 주요보급기지를 강타하여 심대한 타격을 주었다.
「하노이」와 「하이퐁」에 대한 폭격은 군사전략상으로나 정치적으로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 그것은 군사전략면에서 공산군의 대공세에 대한 보복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보급기지를 강타하고 그들의 무역공세를 견제할 수 있는 동시에 연합군의 생명안전을 보호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는 월남국민의 사기를 앙양할 수 있는 동시에 「파리」협상에서의 새로운 협상조건이 될 수 있다.
이같이 「하노이」·「하이퐁」폭격의 의의는 매우 큰 것으로서 우리가 여기서 보다 크게 주목하고 또 높이 평가해야할 것은 「닉슨」 대통령의 용단이라고 하겠다.
공산군의 대공세가 시작되자 미국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북폭확대냐, 협상이냐, 지상군 재투입이냐의 세 가지 길이 있었다고 보겠으며, 가장 개연성이 높은 북폭확대에 대해서는 미국 내 반전파의 여론과 국제적인 비난 등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다.
그러나 「닉슨」대통령은 그에 대한 어떤 비난이 있든 간에 『월남보호』를 위해 어떤 조항도 불사한다는 굳은 신념아래 월맹의 심장부인 「하노이」와 「하이퐁」을 강타했다. 1968년3윌31일 「존슨」대통령은 바로 선거를 앞두고 비등하는 여론에 못 이겨 북폭을 전면중지하고 대통령출마를 포기했지만 「닉슨」대통령은 똑같은 상황하에서 오히려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 「닉슨」 대통령의 북폭 확대 조치는 아직도 상당한 전투병력이 잔류하고 있는 한국의 처지에서는 다름 아닌 주월국군의 생명안전의 보호라는 점에서 전폭적으로 지지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북폭의 확대는 전차 등 중장비를 동원하며 정규전을 시도하는 월맹군에 대해서 급유를 비롯한 보급에 대타격을 줄 수 있으므로 현 월남전황을 유리하게 전환시킴에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이번 「하노이」·「하이퐁」폭격에 뒤이어 월맹은 비밀협상을 제의했으나, 미국은 거부했다. 모름지기 공산군의 군사적 압력 하에 협상을 재개한다는 것은 백해무익한 것으로서 월맹이 진지한 태도로써 협상에 응할 실증을 보이지 않는 한 그 어떤 협상도 지금으로서는 무의미할 것이다.
한편 이번 「하노이」와 「하이퐁」 폭격에 대해 미국 내 일부의 비난은 물론 소련은 즉각 항의하고 중공은 논평 없이 보도했다고 한다. 「하노이」와 「하이퐁」에 대한 폭격이 오는 5월에 있을 「닉슨」의 방소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일부논평과는 달리 18일 20명의 선발대는 「모스크바」에 도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66년6윌29일 미군항공기들이 최초로 「하노이」·「하이퐁」을 폭격할 때 미국에서 가장 신경을 날카롭게 한 것은 소·중공이 직접 개입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였으나 결국 그들은 그 당시 어쩌지 못했고, 그이후의 미·중공·소의 3각 관계는 오히려 평화공존의 뿌리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번 북폭 역시 미·중공의 현상관계나 또 「닉슨」의 5월 방소 및 미·소 전략무기제한 협상에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미·소의 현상관계가 파국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다름 아닌 소련이 바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주지되어 있듯이 중공·소 분쟁과 연관해서 소련은 중공에 대결하기 위하여 미·중공 접근을 견제하고 중공을 제압하려는데 최대의 역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하노이」·「하이퐁」에 대한 폭격은 앞으로 있을 대소협상에 있어서도 미국입장에서는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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