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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9% 선이자" 유혹 560억 횡령 … 교수공제회 이사 징역 13년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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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991년부터 여행사를 운영해온 이창조(61)씨는 2000년 4월 회사 이름을 ‘전국교수공제회’로 바꾸고 이사에 올랐다. 금융감독원이나 교육부 허가는 받지 않았다. 주식회사는 이름에 ‘공제회’를 붙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씨는 공제회 사무실을 서울 K대 동문회관에 마련했다. 그는 “적금 형태로 매달 돈을 넣으면 퇴직 후 20%가 넘는 이자를 붙여 돌려주겠다”며 교수들의 돈을 끌어모았다. 새로 가입한 회원이 낸 돈으로 적금을 해지한 교수들에게 자금을 돌려주는 ‘돌려막기’ 수법을 활용했다.

 그러다 자금 압박이 심해지자 2010년부터 목돈 예금 상품을 만들어 판을 키웠다. “연 9%의 선이자를 지급하고 원금은 3년 뒤에 돌려준다”는 내용의 전단을 만들어 대학교수들에게 뿌렸다. 당시 시중은행 예금금리는 3%대 수준이었다.

고금리에 유혹돼 수억원의 뭉칫돈을 넣은 교수도 많았다. 이씨는 이런 방식으로 전국 교수 5486명으로부터 예·적금 명목으로 6771억원을 끌어들여 이 중 560억원을 빼돌렸다. 빼돌린 돈은 부동산을 사들이거나 딸의 유학자금 등 생활비로 썼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회원들이 노후 대비로 저축한 돈이나 평생 모은 재산 또는 부모·자식 등의 재산까지도 피해를 입혀 죄가 무겁다”고 밝혔다.

 이어 “공제회가 전임강사 이상 대학교수와 그 배우자로 회원 자격을 한정하고 있더라도 회원들로부터 장기공제 적금이나 목돈 수탁금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것은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한다”며 “범행 동기와 수단, 피해 금액 규모, 피해 회복 정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1심은 이씨가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2심은 횡령액 중 60억원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고 이씨가 끌어모은 돈 중 4400억원을 회원들에게 돌려준 점을 감안해 징역 13년으로 감형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윤강열)는 지난 9월 1심에서 공제회 회장인 주재용(80)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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