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화 계획 큰 시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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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달 31일 이후 계속되고 있는 월맹정규군의 대대적인 공세는 미국의 「월남화 계획」이 일대시련에 부딪쳤음을 입증하는 것이며 월남전의 명예로운 종결을 가져오기 위해 닉슨 대통령이 설정한 정치·군사적 프로그램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닉슨의 군사적 프로그램은 지상전투임무를 월남군에 양도하고 미군을 철수시키면서 공중지원만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프로그램이 『성공하고 있다』는 자평을 토대로 해서 닉슨의 정치적 외교적 이니셔티브가 펼쳐졌다.
그의 외교적 이니셔티브는 공산측의 ①티우 제거와 연정수럽 및 ②미군 완전 철수 시한제시요구를 일축, 17도선의 동결과 반공월남의 고정화를 공산측에 보장받으려는 것이다.
닉슨이 중공을 방문했을 때 모·주에게 보장받으러 한 것도 바로 그러한 가세의 실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하노이는 이번의 공세로 닉슨의 가설을 지탱하는 월남지상군의 독자적인 전투능력과 미군기의 폭격효과에 현저한 타격을 가했다.
게다가 하노이는 소제 탱크와 지대공 미사일·로키트포·박격포·대포 등 중화기로 무장한 3개 사단의 병력을 대거 투입함으로써 미 월군의 전유물로 알려졌던 「화력전」과 「정규전」 에 있어서도 상당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과시했다.
그리고 작전면에서도 무사소조의 게릴라활동에서 진일보, 주전선을 남하시키는 「지역점령형식」을 취하기 시작했으며, 농촌지역을 침식하는 전단배 전투에서 이젠 『포위된 도시』자체를 함락하려는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 것 같다.
이처럼 게릴라전에서 총 공격의 「정규전」으로 돌입한 공산측의 전투력과시는 미국에 『월남화 계획 가세의 실패』를 인정케 함으로써 자기들의 7개항 요구를 할 수 없이 수락하게 만들려는 압력으로도 볼 수 있다.<유근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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