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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약도 창의력 더하면 고부가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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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복제약 회사가 무조건 베끼기만 한다면 경쟁력이 없습니다. 창의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한독테바의 이작 크린스키(61·사진) 회장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복제약을 무시하지 말라’는 뉘앙스였다. 한독테바는 세계 1위의 복제약 기업인 이스라엘의 테바가 지난해 한국에 진출하면서 한독(옛 한독약품)과 합작으로 설립한 회사다. 테바의 아태지역 비즈니스 개발 최고책임자를 맡고 있는 크린스키가 초대 회장을 맡았다.

 “한국 제약업체와는 ‘코피티션(Coopetition)’ 하겠습니다.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의 조합어로, 협력형 경쟁이라는 의미입니다. 경쟁도 하고 한편으로는 협력도 하는 것, 이것이 현재 제약산업의 추세가 아닌가 싶습니다.”

 크린스키 회장은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캐나다 맥마스터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7년간 맥마스터대 경영경제학 교수로 일한 만큼 뛰어난 언변을 자랑했다. 그는 뉴욕 투자은행 상무를 거쳐 2005년 테바에 합류했다. 크린스키 회장은 약을 복제하더라도 창의력을 발휘하면 더 높은 수준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10알을 복용해야 하던 것을 한 알만 복용할 수 있도록 복용 방법을 개선한다든지, 알약 복용이 어려운 노인을 위해 패치로 제형을 바꿔 약효 지속 기간을 늘리는 등의 개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테바는 복제약으로 매출의 60%를 올리면서도 나머지 40%는 ‘스페셜티 의약품’이 차지한다. 그만큼 복제약 기업이라도 연구개발을 게을리해선 경쟁력을 얻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런 이유로 테바의 경우 한국처럼 바이오시밀러에 집중하기보다는 오리지널 제품보다 약효를 개선한 바이오베터에 주력하고 있다.

 테바는 이스라엘 건국(1948년)보다 훨씬 이전인 1901년 설립된 이스라엘 최대 제약사다. 지난해 복제약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21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제약 분야 글로벌 10위에 올라 있다.

복제약 사업에 치중해 오다가 이제 막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기 시작한 국내의 ‘토종’ 제약사들에는 시사점이 많다. 테바는 복제약으로 글로벌 제약시장에 진출하면서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미국에 초점을 맞췄다. 생산시설과 유통망에 꾸준히 투자하는 와중에 84년 보험재정 건전화가 목적인 ‘해치-왁스만 법안’이 통과되면서 기회를 잡았다. 이 법안은 가장 먼저 복제약을 출시하는 제약사에 6개월 동안 독점 판매권을 보장한다는 게 골자였다. 테바는 기회를 잘 살려 큰돈을 모았고, 이 돈을 다시 기업 인수합병(M&A) 등에 사용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크린스키 회장은 “우리는 한국을 거점으로 세계로 진출하기 원하는 한국 제약사에 도움을 주고 싶고, 이미 우리와 협력한 한국 기업이 개발한 약물을 러시아 등 동유럽 시장에 소개한 경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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