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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플라자 쇼핑몰 15만명 300억 떼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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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결혼을 앞둔 회사원 姜모(26.여)씨는 지난 1월 가전제품 등을 싸게 파는 것으로 소문난 인터넷 쇼핑몰 '하프플라자'를 통해 혼수를 마련키로 했다.

대형 TV.컴퓨터 등 3백여만원어치를 사기 위해 텔레뱅킹을 통해 쇼핑몰 업체에 돈을 보냈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물건은 오지 않았다. 姜씨는 '이 쇼핑몰이 사기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나서야 사기당한 사실을 깨달았다.

주부 金모(31)씨도 지난달 헐값에 상품을 판다는 다른 인터넷 쇼핑몰에서 분유.화장지 등을 사기로 하고 17만7천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했지만 물건은 배달되지 않았다. 金씨는 검찰에 이 쇼핑몰을 신고했다.

이같이 인터넷 쇼핑몰 사기가 기승을 부려 피해가 속출하자 검찰이 이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서울지검 컴퓨터수사부(부장검사 韓鳳祚)는 인터넷 쇼핑몰 4~5곳을 수사 또는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인터넷 쇼핑몰 업체인 D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회원 정보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해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압수한 자료를 면밀히 분석 중이며, 일부 위법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다른 쇼핑몰 2~3곳에 대해서도 내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달부터 '반값에 물건을 판다'고 광고하며 소비자들을 끌어모은 뒤 물품 대금을 가로챈 혐의가 포착된 하프플라자를 수사해 왔다.

검찰은 "하프플라자의 피해자가 당초 알려진 4만명보다 훨씬 많은 15만명에 이르고 피해액도 3백억원을 넘어섰다"며 "사상 최대의 인터넷 쇼핑몰 피해 사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해자 중에는 IT업계 종사자.법조인.언론인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포함돼 있다.

서울지검 한 관계자는 "최근 큰돈을 벌 수 있는 쇼핑몰을 차려준다고 속여 분양대금을 가로채거나 쇼핑몰 투자를 미끼로 투자자금을 받고 잠적하는 등 신종 수법까지 등장했다"며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보여 집중 수사에 착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악덕 쇼핑몰업자들은 제품 가격만 낮게 매겨 인터넷에 홍보하면 순식간에 구매 요청이 들어오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고들고 있다.

검찰은 ▶선진국처럼 편의점 등에서 인터넷 쇼핑몰 업체와 소비자의 거래를 중개하거나 ▶소비자들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도록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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