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민 정신 앙양과 유도|공자 탄강 2523년 기념 강연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성균관은 17일 공자 탄강 2천5백23년 춘계 석존에 이어 명륜당에서 「국민 정신 앙양과 유도」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가졌다.
주제 발표자는 「외래 풍조와 현실 사회상의 문제점」에 관해 김학주 교수 (서울대) , 「유도의 현대적 감각」에 관해 유정동 교수 (성균관대). 그리고 토론 참가자는 오종직씨 (대한공논 이사장), 유승국 교수 (성균관대 유학 대학장), 강주진 박사 (국회 도서관), 최민홍 박사 (중앙대), 최창규 교수 (서울대 교양과정부)등이었다.
이날의 관심은 동양의 전통적 유교적 논리관이 현대 한국에서 어떻게 적용점을 찾을 것인가 하는 것. 식민지 치하의 여독을 씻을 사이도 없이 물밀듯이 몰려든 서구 문화와 그 윤리관의 영향 아래서 커다란 혼란을 겪게 된 한국적 윤리 갈등을 어떻게 타개하는가 하는 문제다.
유정동 교수는 오늘날 한국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윤리적 측면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부모를 하늘처럼 효로써 모셔야 한다고 배워온 후예가 웃어른을 가벼이 보게 됐으니 부모와 노인들이 외로워져 가고, 남녀가 결혼한다는 것은 대사라고 해서 가장 신성하게 여기고 인륜의 시발점으로 중대시 해온 자손들이 함부로 모이고 멋대로 헤어지는 경향을 띠게 되었다.』
그리고 정의와 의리를 높이던 선인들의 가치 관념이 금권을 기준으로 하는 풍조로 바뀌었다. 또 친구를 아끼고 신의를 두텁게 하던 선인들의 미덕은 이제 보리를 위해 요우를 배반하는 일을 예사로 하게 됐다는 것.
그러나 이러한 풍조는 단순히 외래 풍조로 몰아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김학주 교수는 『외래 풍조는 나쁘든 좋든 간에 부정할 수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 부근 오히려 폐쇄적인 사회로 인한 문화의 정체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외래 풍조가 문제가 되는 것은 자주 의식 내지 국민 의식의 박약 때문이라는 것. 자주 의식이 박약 할 때 그 사회는 올바로 외래 풍조를 받아들여 소화시키지 못한다. 외래 풍조와의 충돌은 자주 의식이 뚜렷할 때 오히려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외래적인 것의 배척이 바로 자주성의 회복인 것처럼 오해하는 경향도 있다. 한자 문화의 배격, 예교 사상의 부정을 그런 식으로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김 교수는 따라서 『문제는 외래 풍조나 외래 문화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퇴폐 풍조라고 젊은이들의 장발이 문제되지만 사실은 철이 덜든 아이들이 머리를 기르고「고고」 춤을 추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기성층·지도층에서 남이 「세단」을 타고 다니니 나도 타고, 남이 호화 주택에 사니 나도 살겠다는 태도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과연 유교적인 가르침에 따라 어떻게 극복될 수 있을까?
우리 사회의 윤리나 개인의 행동 규범을 오랫동안 유학이 바탕이 돼 왔다. 우리의 자주 자아 속엔 유학이 그 중요한 뼈대와 살을 아직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자아의 회복 곧 올바른 인간관, 원만한 세계관 확립은 유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 비록 유학이 집단 생활 능력의 결합을 중국인의 심성 가운데 심었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러한 결합조차도 유학을 현대화함으로써 위기에 빠진 현대인을 구출하는 지표를 줄 수 있다는 견해다.
때문에 오늘날 유학은 외래의 것에 대한 관심보다도 자아의 확립에 중점을 두어야겠다고 김 교수는 주장한다. 그것은 자아가 올바를 때 외래 풍조 외래 문화는 자기 발전의 계기로서 이용될 수 있다는데 근거한 것이다. 유학의 이상이 「명명덕」에 있고 그것은 「수신」에서 출발하여 「격물치지」를 바탕으로 하는 것인 점은 현대적 이상과 다르지 않다.
올바른 덕을 밝히기 위해 몸을 닦는 것, 그것의 목적은 언제나 바른 지혜를 얻는 것임을 유학은 가르치고 있다.
자아의 확립을 위한 가르침일 뿐 아니라 그것은 또 인간의 최고 이념원이며 사회의 다양한 인간 관계에서 단절되지 않는 일관 회통 하는 길이다.
공자가 『오도는 일이관지』라 한 것은 곧 유학의 일관성을 밝힌 것이라고 유 교수는 설명한다.
그 일관성은 증자가 「충서」로 설명했지만 인간의 주체적 각성을 가르칠 뿐 아니라 국가의 올바른 주권 행사, 역사와 세계 속에서 인류가 자유 평등의 길을 찾도록 하는 것이 곧 유학의 일관성이라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