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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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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2년 전 귀국한 하길종 감독의 첫 작품『화분』이 곧 개봉된다. 귀국직후 뉴·시네마 운동을 제창하여 우리영화계에 문제의식을 던진 하씨가 첫 선을 보이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제작에 착수하면서부터 관심을 모은 새 영화『화분』은 이효석 원작의 문예물.
이효석 원작이라고는 하지만 하씨 스스로가 각색을 맡아 스트리·텔링을 거의 배제하고 시적 포매트 내에서 구성될 수 있는 가능한 한도의 의식의 흐름과 영상의 분위기를 살린 점이 특히 눈에 뛴다.
한국영화계의 고질적인 병폐, 이를테면 지방흥행사의 압력 같은 것에서 탈피하기 위해 제작비 전액(1천7백만 원)을 자기자본으로 충당했다는 하씨는 또한 이 영화의 주역으로 자기 친동생인 하 명중을 과감히 기용, 이제까지 보이지 못했던 하명중의 새로운 연기세계를 구축하도록 했다는 점에서도 화제를 던지고 있다.
이 영화는 정체불명의 이질적인 청년 단주(하 명중)가 배금주의자의 집, 푸른 집을 찾아 꽃가루(화분=이 영화에서는 정액을 의미한다)를 뿌리고 이 꽃가루를 빨아들인 4명의 인간들(남궁원·최지희·윤소라·여운계)이 변모하고 갈등하며 그래서 부서져 가는 상황을 메타피직 하게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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