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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화 벗은 이영표 "선수론 80점, 즐긴 건 100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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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초롱이’ 이영표(36)가 27년 동안 정들었던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영표는 1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지난달 23일 소속팀이었던 미국 MLS(프로축구) 밴쿠버 화이트캡스 홈페이지를 통해 현역 은퇴를 선언했고, 5일 뒤 콜로라도 라피스와의 리그 최종전에서 은퇴 경기를 치렀다. 대한축구협회는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스위스와 친선경기 하프타임 때 이영표의 공식 은퇴식을 치러주기로 했다.

 강원도 홍천 출신으로 안양초등학교 1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이영표는 안양공고, 건국대를 거쳐 2000년 안양 LG(현 FC서울)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03년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에 입단한 뒤, 5개국(잉글랜드 토트넘·독일 도르트문트·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캐나다 밴쿠버)에서 활약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철저한 자기 관리로 후배·동료들의 귀감이 됐던 그는 현역 마지막 시즌에도 정규리그 33경기 풀타임 출전 기록을 세웠다. ‘헛다리짚기 드리블’로 통하는 현란한 개인기와 강철 같은 체력, 경기의 맥을 짚는 플레이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영표는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아픔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던 선수 생활을 마치고 마지막 인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 속에 감사함과 미안함이 교차한다”면서 “축구의 진정한 즐거움을 느낄 수 없게 됐지만 아쉬움은 없다”며 소회를 밝혔다. “5~6년 전부터 은퇴를 준비했다”는 그는 “내가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걸 느끼지만 주변에서는 모를 때 떠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라고 봤다”며 은퇴 이유를 설명했다.

 1999년 6월 코리아컵 멕시코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영표는 월드컵 3회 연속 출전하는 등 대표팀 부동의 측면 수비수로 활약했다. A매치 127경기를 뛴 그는 한국선수 중 홍명보(136경기), 이운재(132경기)에 이어 최다 출장 3위 기록을 갖고 있다. 그는 “대표팀에서 뛴 모든 경기를 통해 진정한 축구의 즐거움을 깨달았다. 태극마크를 달고 뛴 모든 경기가 내게는 소중했다”고 말했다. 아직 그의 뒤를 이을 대표팀 측면 수비 자원이 나타나지 않은 것에 대해 이영표는 “유독 좋은 선수들이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는 걸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긍정적인 견해를 전했다.

 이영표는 자신의 축구 인생에 대해 “선수로는 80점이지만 축구를 즐긴 것에 대해서는 100점을 주고 싶다”면서 “훗날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과 같이 축구를 즐겼던 선수로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앞으로 2~3년 동안 공부하면서 그동안 몰랐던 것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면서 “축구 안에서 내가 즐길 수 있는 일을 더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김지한 기자

36세 현역 물러나는 초롱이
A매치 127경기, 국내 최다 3위
오늘 스위스전 공식 은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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