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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돌제 공예품 모아 「이조 석공 민예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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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조시대의 곱돌 공예는 생활 필수품의 중요한 일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곱돌의 석질이 연함을 이용하여 여러가지 아기자기한 그릇들을 제각기 만들어 썼다. 목기에서와 같은 물레를 이용하여 일률적인 제품을 생산했던 것 같지는 않다. 돌덩이를 조금씩 떼어 끌로 파고 칼끝으로 다듬어 제각기 기호대로 그릇 모양을 이루었고 심지어 상감한 것도 있다. 그것은 상품으로 제작되기보다는 자가 수용의 수제품. 고작해야 공물로서 진상되는데 불과했을 것이다.
신세계 화랑은 이러한 옛 유물로서의 곱돌제 공예품 1백4점을 한 자리에 모아 「이조 석공 민예전」을 마련했다 (1일∼6일 신세계 백화점 4층 화랑서 전시). 화로·솥·신선로·전골 판·향로·합·필통·연적·옥 등잔·촛대 등 대체로 소품에 속하는 것들이며, 그밖에 경질의 쑥 돌이나 대리석류로 된 거북이나 신주·인석 수점을 곁들여 놓았다. 그것들은 모두 각 개인의 애장품들. 권옥연 김기수 김동휘 김중업 변종하 예용해 이경성 이항성 최순우 씨 등 16인의 출품으로 돼 있다.
여기 출품된 것들은 엄밀하게 제작 시기를 짚어 보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개중에는 일제시대에 일인들이 그들의 기호대로 개발시킨 제품도 없지 않다.
일인들의 지도로 대량 생산된 석기 제품은 해남·장수·충주 등지인데, 그럼에도 그들의 입김이 그리 세었던 것 같지는 않다.
곱돌 공예품은 한동안 버림받고 있었는데 근년에 애호가들이 부쩍 늘어서 요즘엔 곱돌 상가에도 별로 나도는게 없다. 폐기해 버렸던 때와는 달리 애호가들의 손길에 보듬어져 이제 그릇들은 모두 옛 정취가 되살아나 윤기마저 돈다.
필통 연적·합 등 선비의 문방지에 속하는게 많다. 또 작은 솥과 전골판·화로·향로 같은 것도 역시 사랑의 비품이 아니었을까. 여러 가지 모양의 화로에는 성냥이 없던 시절에 불씨를 묻어두고 얼마나 소중히 여겼을까 새삼 따스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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