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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 열광 속 미국서 낭송회 연 소 시인 「예프투솅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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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을 방문중인 소련시인 「예프게니·예프투솅코」는 23일 「라이더」 대학합창단과 자리를 같이하고 올해는 시작을 중단하고 산문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무대 위를 빙글빙글 돌며 졸도할 듯 격렬한 동작으로 그러나 때로는 낮은 목소리로 13명의 「싱거」가 노래를 부르자 「예프투솅코」는 자작시의 「재즈」음악적 해석에 깊은 감명을 받은 듯 했다. 「예프투솅코」는 오는 28일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선보일 광상적인 시극의 연습을 해보였다.
이 낭송회에는 「예프투솅코」와 함께 라이더 대학합창단원들과 「스탠리·커니츠」「유진·매카디」전 상원의원 「제임즈·디키」 등 미국의 저명한 시인들도 함께 출연할 예정이다.
「예프투솅코」는 5주간에 걸친 이번 미국친선방문으로 시작을 그만둘 생각이 생겼다면서 『한때 미친 듯이 시를 썼으나 이제 그만두게 될 것 같다. 산문을 쓰고 싶은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산문을 쓰자면 모르기는 해도 내 생활방식부터 고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시낭송회 때마다 많은 「팬」들을 끌어 모아온 이 시인은 말했다.
정오께 「라이더」 대학학생회관에 도착한 「예프투솅코」는 『어제의 사람들』이라는「오리지널·송」을 소리높이 합장하는 대학생들의 환영을 받았다. 광란적인 「파티」의 숙취가 아직 덜 깨어 몸이 고단하다는 「예프투솅코」는 학생들의 이 같은 환영을 받자 전면에 미소를 지으며 『기분이 벌써 개운해졌다』고 말했다.
「첼로」·「피아노」·「드럼」·「일렉트릭·기타」 등을 갖춘 대학 「싱거」들이 그의 시를 음악화하여 연주하자 그의 기분은 더없이 좋아진 것 같았다.
『이 학생들은 미국젊은이의 순수한 소리를 노래하고 있다. 때묻지 않은 사람들의 노래를…』하고 말했다.
학생들은 그를 만나게되어 매우 기뻐하고 있으며 그를 이미 잘 알고있었다는 인사말을 듣자 「예프투솅코」는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는 까닭은 매우 간단하다. 나도 그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라고 답변했다.
이날의 시극에는 「조세프·사라큐즈」지휘하의 합창단, 영국인 배우 한 명, 그 밖의 몇 명이 출연했다.
「예프투솅코」는 때때로 의자에서 일어나 고무하는 말을 하기도하고 서툰 곳을 고쳐주기도 하면서 『좀더 허전해 하라. 마음의 흔들림을 좀더 강하게 나타내라』고 일러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푸른색 양복에 초록색 무늬가 있는 「터틀·네크」차림으로 긴 두 다리를 교차시킨 채 조용히 앉아 술을 마시며 잠시도 쉬지 않고 담배를 피우면서 간간이 음악에 공감한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예프투솅코」는 『막 떨린다』고 실토했다. 『나는 몇 주 전 월맹에 갔을 때 사방에서 폭탄이 터져도 별로 겁나지 않았는데 언제나 낭송을 해야 할 때에는 읽기 직전까지는 늘 긴장이 풀리지 않곤 한다』고 말했다.
그가 시를 읽기 시작하자 장내는 조용해졌다. 기억을 더듬어 시극의 한 「파트」까지 맡아 전 「캐스트」들에게 노어로 대사를 말하기도 했다.
두 손으로 「제스처」를 써가며 눈을 크게 뜨고 육중한 목소리로 대사를 외기도 하고 눈을 지그시 감고 소망을 독백하듯 잔잔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노어는 모르지만 그의 대사는 모두 알아들은 기분이다.』 합창단 「멤버」인 2학년의「재키·로웨」군의 환성이었다. 【AP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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