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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6)<제24화>발명학회(10)|목돈상<제자는 필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색 발명가들>
발명「붐」이 일어남에 따라 이색적인 발명가들도 꽤 나왔고 괴짜행동을 하는 발명가도 더러 나타났다. 그래서 발명학회사무소는 화제가 그칠 날이 없었다. 먼저 괴짜 발명가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면-.
함경도 이원에 산다는 김정식씨란 발명가가 있었다. 발명가는 발명가인데 머리 속에 든 발명을 글로도 그림으로도 그리고 말로도 표현을 못했다. 그래서 당시 발명학회에서 도안을 그리고 있었던 김익중씨와 자주자주 실랑이를 벌였다.
지금 이웅세 법률사무소서 공업「디자이너」로 날리고 있는 김익중씨는 김용관 전무이사의 조카로서 그때도 재주가 뛰어났었다. 발명가 김정식씨의 머리 속에 혼돈상태를 이루고 묻혀있는 발명「아이디어」를 도면으로 명확히 하기 위해 김익중씨는 성냥갑이나 성냥개비를 써가면서 이런 모양이냐 저런 모양이냐 하고 묻는다. 그러다가 머리 속의 「아이디어」와 부합되면 김정식씨는 『옳지 옳지』하고 기성을 지른다. 그 때문에 그를 가리켜 발명학회 직원들은 『옳지 옳지 선생』이라고 불렀다. 역시 함경도 북청에 사는 안상근씨란 발명가가 있었다.
그분은 하룻밤에 한 건의 발명을 할 정도로 많은 발명「아이디어」를 내어서 매일 아침 발명학회를 찾아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출원하기 위해 서류를 꾸미면 꾸미는 단계에서 별것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었다. 안씨는 아는 것이 많아서 박사님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었는데 발명「아이디어」가 시시하다 해서 뒤엔 『엉터리 박사님』이라고도 놀림을 받았다. 그런데 키가 멋없이 크고 광대뼈가 나와 못생긴 편인 안씨가 발명학회 뒤의 어떤 여관의 과부 여주인과 친하게 됐다. 그 뒤부터는 돈을 잘 쓰게되고 마음이 안정돼서인지 발명「아이디어」도 제법 좋아져서 나중엔 수중 채금기라는 것으로 특허를 따게됐다. 그는 그것을 금 잡는 기계라고 뽐냈는데 더욱 걸작인 것은 일본천황사진이 박힌 근사한 일본특허증을 내보이며 여기저기서 자랑하는 모습이었다. 안씨는 그 특허증으로 평양의 어떤 갑부를 사로잡았다. 그 갑부는 조선사람이 그런 훌륭한 발명을 한 것이 기쁘다면서 평양에 집 한 채를 마련해주고 생활비도 넉넉히 때 주었다.
안씨는 해방될 때까지 평양의 그 갑부의 덕을 봤다고 하는데 그 뒤엔 영 소식이 없다. 그리고 이색적인 발명가도 적지 않게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대구에 사는 조기홍이란 발명가가 있었다. 35년1월에 53세의 나이로 인력도광기를 발명하여 특허(제109290호)를 획득했고 그밖에도 절첩식 등의자를 고안한 것으로 보아 발명의 제주를 높게 평가할 수가 있다.
그런데 조씨는 사실은 독립투사였다. 19년에 대한민보 등 「비라」사건으로 대구에서 1년 징역을 살았고 다시 이듬해엔 이기헌 옹 등 5인 의열단사건에 연좌되어 3년6개월 동안 징역을 살았다. 그 뒤 생각하는바가 있어 발명에 힘을 기울인 결과 당시론 따기 어려운 특허까지 획득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이화여전 가사과를 갓나와 조선복 재봉형으로 실용신안권(제32152호)을 받은 이소담씨도 이색발명가로 큰 화제가 됐었다. 이소담씨는 한복이 곡선이 많아 옷을 잘 짓고 못 짓고가 곡선 한 오리를 잘하고 못하는데 있는 것인데 보통은 눈어림과 손짐작으로 짖기 때문에 바느질이 한결같지 못하다는 종래의 결점에 착안했다. 그래서 누구나 손쉽게 과학적이고도 경제적으로 재단할 수 있는 모형을 만들 필요성을 느끼고 고심 초사 끝에 뜻을 이뤘다.
그 모형을 가지고 책을 뒤져 알아낸 출원양식에 따라 일본특허국에 출원했으나 얼마 뒤에 거절을 당했다. 그 뒤 이씨는 우리 나라 사람으로선 처음으로 정식 변리사자격을 딴 이미호씨(초대특허국장·전 중앙공업연구소장)에게 가서 다시 정정, 제출해 달라해서 실용신안을 얻었던 것이다. 그 뒤 일본의 여러 신문에서 이소담씨를 화려하게 다뤄 크게 각광을 받았다. 우리 나라의 민족신문들이 이씨를 대대적으로 소개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씨는 해방 뒤에도 한복의 딴 모형으로 특허를 받았다. 이씨는 얼마 전에 대한발명협회 이사로 선임되어 지금도 발명계를 위해 이바지하고 있다. <계속><이하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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