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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계의 경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71년의 세계경제는 경제적 다극화 현상이 유발한 무역전쟁의 격화와 계속 확대되고 있는 「남북」의 불균형을 배경으로 거의 모든 나라의 경제가 진통을 겪는 한편 그 여파는 국제통화불안을 세금, 사상 최초의「달러」평가절하 (금값인상)를 포함한 다각적 통화조정이 단행되는 등의 어려운 고비를 겪어야했다. 이렇듯 71년의 세계를 격등케 한 각국의 경기동태와 통화불안의 시말을 정리해보면-. <편집자 주>
71년의 세계경제는「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만연한 한해있으며 새해에는 이를 극복, 점차 경기가 상승할 것이 기대되고 있다. 70년 하반기부터 구미 각국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한「인플레」는 지금까지의 경제학적 개념인 경기 촉진적 패턴이 아니고 경기둔화를 수반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생산성을 상회하는 임금상승은 자동차 전기 기기 등의 소비재수요를 자극,「인플레」를 앙 진 시키는 한편, 제조업체들은 전반적 경기정체를 겪어야 했다.
이러한 이상 경제현상을 진단하여 전 서독 슈트라우스 장 상은「스태크플레이션」- 정체를 뜻하는 stahnation과 inflation의 합성어- 이라고 명명, 이 신조어가 71년 중에 크게 유행했다.
선진 주요 국은 재정지출 억제, 증세 및 평가절상 등으로「인플레」를 수습했으나 반사적으로 나타난 경기정체와 싸워야 했다.
즉「스태크플레이션」의 효과적 처방전을 마련하지 못했던 것이다.
여기에 국제통화정세 불안은 경기 상승을 방해하는 큰 외적요인으로 작용했다. 국내 제조업이 찾아야 할 수출「사이드」의 돌파구가 미국의 보호주의적 조치, 국제통화불안 등으로 저해되자「스태크플레이션」은 더욱 심화했다.
전후 경제부흥의 기적을 이룩한 서독은 71년 중 공업생산이 정체, 16만 명의 고용감소를 기록했고 이태리의 GNP 증가율은 3%로 둔화했으며 불란서는 생계비지수가 6%나 상승하는 등의 심한「인플레」에 시달렸다.
또한 일본도 다국 간 통화조정이 실현될 때까지는 원의 위치가 불투명한데다 미국의 10%수입 부가세 및 섬유류 수출규제 등의「더블·펀치」를 맞고 경기후퇴의 막바지에까지 몰렸다.
세계경제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한 미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후 처음으로 미국의 무역수지는 지난 상반기 중 8억3백만 불의 적자를 기록, 국제수지악화에 박차를 가했으며 실업률은 6내지 6·5%의 고 율을 기록한데다 대금·물가는 계속 상승했다.
「닉슨」대통령이 72년 가을로 다가온 대통령선거 전략과 관련, 8·15조치를 단행한 배경은 바로 이러한 경제 불안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었음은 물론이다.
미국경제는 8·15조치이후의 정지작업 결과 내년부터는 경기회복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무든 계속되는「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대책으로 서방 주요 국은 중앙은행의 재할 율을 인하하고 재정지출의 증대로 자금수요를 자극하면서 포화조정 타결을 계기로 한 수출 수요증대를 모색, 경기회복을 실현하는데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또한 기업들은 정부의 정책과는 별도로 자체내의 경영합리화 방안을 꾸준히 찾고 있다.
다각경영으로 한 부문의 부진을 따른 부문에서「커버」하는가 하면 과감한 통·폐 합 및 경비절감대책을 실천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불황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71년 세계 경기동향이 가져다준 최대의 교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60년대 후반부터 농도를 더해온 세계적인 불황이 곧 호전되리라고 예측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세계 경제구조 자체가 지니는 불균형이 너무나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남-북 문제는 가장 큰「이슈」로 클로스·업 된다.
한 나라의 경제구조 불균형이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최대의 암인 것처럼 세계적 불균형은 세계 경제발전에 장애물이 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 구조적 불균형을 시정한다는 명분아래 ▲「케네디·라운드」의 타결 ▲선진국 GNP의 1%대 개발도상국 원조 ▲특혜관세 실시 ▲「유엔」이 개발 10개년 계획 등 많은 미사여구가 나열됐으나 현실은 오히려 뒷걸음질치는 감마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은 섬유류 수입규제 특혜관세 실시지연 등 보호주의적인 경향을 나타내고 있고 기타 주요 선진국들도 자국의 경제시책을 앞세워 남북문제에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오히려 공해 수출에만 전념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72년 하반기부터 주요 선진국의 경기가 점차 회복되고 그 영향이 지구상 모든 나라에 미쳐간다 해도 『원조보다는 무역으로』라는 개발도상국의 요구를 묵살하는 경제적 쇄국주의가 존재하는 한 항구적인 경기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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