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의원특권' 보호에선 사이 좋은 여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지난해 12월 대선 때 여야는 경쟁적으로 대대적인 정치개혁을 공약했다. 그중 의원 특권 폐지는 핵심이다. 그런데 1년이 다 되어 오지만 실천은 미흡한 수준이다. 오히려 무노동 특위나 모금형 출판기념회 같은 편법 특권이 기승을 부린다.

 현재까지 실천된 건 국회의원 겸직 금지, 국회폭력 처벌 강화,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일명 의원연금) 개선 등 세 가지에 불과하다. 불체포 특권이나 경제적 수입에 관한 한 의원들은 요지부동이다. 지난여름 민주당이 국회를 비우고 장외투쟁에 몰두했지만 ‘무노동 무임금’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대선 때 민주당은 세비 30% 삭감을 공약했다. 새누리당은 무노동 무임금과 함께 정치쇄신특위에서 합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대선 후 여야는 2013년도 세비를 정하면서 전년보다 단 1원도 줄이지 않았다.

 여야가 슬그머니 만드는 비상설 특위는 대개 6개월 활동에 2500만~3000만원 활동비를 받는다. 이런 돈은 주로 위원장을 맡는 여야 중진이 챙긴다. 그래서 일부 특위는 중진 의원의 호주머니를 위한 위인설관이란 비판을 받는다. 어떤 특위는 일도 안 하고 그 돈을 받는다. 전형적인 무노동 유보수다. 의원들은 의정활동으로 외국에 가면 교통비·숙박비·출장비를 두둑이 받는다.

 국정감사나 예산안 심사처럼 국회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행사를 앞두면 의원들의 출판기념회가 많이 열린다. 여기서 거두어 들이는 돈은 정치자금법 규제를 받지 않는다. 사실상 편법 모금인 셈이다. 의원들은 수천만원을 쉽게 모을 수 있다.

 여야는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민주당은 얼마 전 사상 최초로 당원 투표를 통해 이를 확정했다. 그렇지만 여야는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입법을 질질 끌고 있다. 의원들이 자기 지역구의 후보에 대한 공천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것도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다.

 여야는 국정원 사건과 정상회담 대화록을 놓고 격하게 싸운다. 하지만 특권에 관한 한 여야는 이불 속에서 뒹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