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소리나는 전주 아파트 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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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올 초 전북 전주 지점으로 발령 난 김동민(40·직장인)씨는 최근 이사하려던 계획을 접었다. 처음엔 준수도권의 대도시인 대전에 비해 전주의 아파트 값이 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살던 대전 대덕구의 아파트(106㎡평형)는 1500가구의 대단지에 쇼핑센터·교육시설 등이 밀집해 있었다. 김씨는 전주 신도심인 전북도청 주변의 비슷한 편의시설을 갖춘 아파트를 사려면 5000만~7000만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매입에서 전세로 방향을 틀었다. 김씨는 “인구나 도시 규모면에서 2~3배가 큰 대전·광주광역시 등과 비교할 때 전주의 아파트 가격이 너무 비싼 것 같다”고 말했다.

 전주의 아파트 값에 거품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도시 규모가 훨씬 큰 광주보다 시세가 20~30% 높게 형성돼 있다. 준수도권에 속하는 대전과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7일 국민은행의 부동산 종합정보 사이트인 ‘KB 부동산 알리지(www.kbreasy.com)’에 따르면 대전 신도심에 속하는 서구 도안동 A아파트(121㎡)의 매매가는 3억3500만~3억6000만원이다. 광주 수완동의 B아파트(119 ㎡)는 2억6000만~2억7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전주의 신도심인 서신동 C아파트(125㎡)는 3억2500만~3억4000만원이다. 효자동 전북도청 주변의 130㎡ 규모의 한 아파트는 시세가 4억원을 호가해 3.3㎡당 1000만원을 웃돈다.

 이들 3개 지역 아파트의 3.3㎡당 가격(최저가 기준)은 대전 946만원, 전주 855만원, 광주 722만원이다. 전주는 대전과 큰 차이가 없는 반면, 광주보다 월등히 높다. 비교 대상으로 꼽은 아파트의 입주시기는 전주가 2000년으로 대전(2011년)·광주(2009년)보다 상대적으로 낡은 데도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거품 현상은 구도심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주시 평화동 E아파트(112㎡)의 매매 시세는 1억7000만~1억8000만원이다. 광주 동구 운림동 115㎡ 아파트는 1억3000만~1억4000만원, 북구 두암동 102㎡ 아파트는 1억7500만~1억9000만원에 매매되고 있다.

이처럼 전주권 아파트의 매매 시세가 높게 형성돼 있는 것은 브랜드 아파트로 불리는 1군 건설사의 공급 물량 부족, 지속적인 인구 증가, 전주 주변 고소득층의 아파트 매입 등이 원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전주대 김종진(부동산학) 교수는 “전주의 집값이 주변 대도시보다 높은 것은 S·D·H 등 유명 아파트 브랜드가 적은 반면, 인구 유입으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는 데 주된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권철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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