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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공립어린이집 212곳 늘었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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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해 10월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에 키움어린이집이 문을 열었다.

 신촌성결교회가 교육관으로 사용하던 장소(396㎡)를 부지로 내놨다. 여기에 서울시는 리모델링과 기자재 비용으로 1억7000만원을 지원했다. 어린이집 신설을 요구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지만 비싼 땅값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던 마포구청 측은 반색했다. 반경 500m 내에 어린이집이 없었기에 공사가 시작된 지난해 8월부터 어린이집 신청자가 몰렸다.

 유은영 원장은 “만 0세 이하 아기반은 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추첨을 통해 선발했다”며 “현재도 300여 명이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2년간 국공립 어린이집 212개를 신설했다고 7일 발표했다. 이 중 155곳이 키움어린이집과 같이 기존 건물을 재활용하는 비용절감형 모델이었다. 시 예산은 1589억원이 투입됐다.

 서울시 성은희 출산육아담당관은 “목표보다 32개소를 늘렸다”며 “어린이집을 신축했다면 2500억원이 추가로 필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공립 어린이집은 여전히 부족하다. 올해 10월 말 기준으로 서울시 424개 행정동(洞) 중 국공립 어린이집이 2곳 이상 설치된 동은 268곳이다. 나머지 140개 동은 1곳만 설치됐고 국공립 어린이집이 설치되지 않은 곳도 16개 동에 이른다. 여기에 사설 어린이집에 대한 불신이 더해져 국공립 어린이집에는 매년 수백 명의 대기자가 몰리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공립 어린이집 대기 신청은 산모들의 필수 코스가 됐다. 둘째를 임신한 주부 김미선(32·강서구)씨는 “지난달 서울형 어린이집에 대기 신청을 했는데 대기자만 400명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대기자가 1000명이 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기 위해 내년에도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다. 시는 689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100개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약처럼 각 동마다 2곳 이상을 설치하는 게 목표다. 운영이 어려운 민간 어린이집을 매입하는 정책도 병행한다.

 신축보다는 학교를 포함한 공공건물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어린이집 신축의 경우 1곳당 평균 20억~30억원 정도가 들어간다. 하지만 건물을 리모델링하면 교재비를 포함해도 2억원이면 충분하다.

 시는 올해 4월 학생들이 줄어 여유 공간이 남아 있는 중·고교를 조사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에 용산구 성심여고 시청각실·어학실습실(279.6㎡)을 어린이집으로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송파구 석촌동 주민센터를 재활용한 어린이집도 내년 초에 문을 연다.

 민간과의 협력도 이어 나간다. 시는 7일 삼성물산과 ‘아파트단지 내 국공립 어린이집 설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삼성물산은 앞으로 시공하는 아파트단지에 국공립 어린이집을 설치키로 했다.

 1호 어린이집은 성동구 옥수동에 신축된 아파트단지에 들어섰다. 삼성물산은 고덕시영 등 11개 아파트단지에 어린이집을 신설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공동주택에 만들어진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 입주민에 대해 우선 입소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관계 부처에 요청할 계획이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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