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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카드」놀이 성행|「소용돌이」속 가치관을 잃은 자포자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대학가에 내기를 거는「카드」놀이(포커)가 유행처럼 성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위수령 휴업령 발동을 전후해서 공대 문리대 외대 등의 기숙사 학교 주변의 하숙방에서 부쩍 성행해 온「카드」놀이는 최근「캠퍼스」안의 잔디밭 강의실에까지 침투, 학생들 사이에서 도박성「포커」를 하는 모습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틈만 나면 어디서나「카드」놀이를 벌이는 모습을 보다못한 교수들은「카드」를 빼앗고『「카드」놀이 하지 말자』고 잔디밭에 팻말까지 세웠으나 학생들에게는 마이동풍격. 이 같은「캠퍼스」안의「카드」놀이유행에 대해 대학교수들은 최근의 불행한 학원사태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부 학생들이 가치관을 상실한 자포자기의 소행인지, 또는 사회에 만연한 퇴폐풍조가 학원 안에까지 깊숙이 침투한 것인 지의 여부를 두고 학원분위기를 해치는「카드」놀이 풍조를 크게 걱정하고 있다. 이 같은「카드」놀이는 서울대뿐만 아니라 각 명문의 사립대학에서도 번지고 있다.
27일 서울대 학생지도 관계자에 의하면 서울대 안에「카드」놀이가 첫 선을 보인 것은 67년께 재일 교포 유학생 숙소인 왕룡사에서 시작, 차츰 각 대학으로 번졌다는데 요즘엔 수업시간 후의 휴게시간이면 잔디밭에 5, 6명씩 둘러앉아 판을 벌이며 심지어 강의실·구내식당·학생휴게실 등에서도「카드」놀이를 한다.
학생들은 주로「조커」잡이「드로·게임」「세븐·카드」「마이티」「스퀴즈」등 각종「카드」놀이를 즐기고 있으며 판돈은 몇십 원에서 몇천 원에 이른다.
특히 공대기숙사 청암사와 농대기숙사 녹록사 등에서는 사감의 눈을 피해 밤새워「포커」판이 벌어지기 일쑤라는데, 가정교사 등「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날리기도 한다는 것.
문리대 건너편의 종로구 보건동에서 10년 동안 학생하숙을 해온 이모 여인(47)은『몇 년 전만 해도 화투도 모르고 공부하던 학생들이 요즘은 가끔 밤새워 노름을 한다』고 실토하고, 이 때문에 노름밑천을 꿔가거나 하숙비를 미루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교 당국은 이 같은 학생들의「카드」놀이행위를 단속하기 위해「카드」를 빼앗거나 학생들의 이성에 호소,「팻말」을 서 붙이고 자제해 주도록 했으나, 현행 학칙상 이를 규제할 강제규정이 없기 때문에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서울공대 기숙사 사감 박종은 교수는『기숙사 안에서 자정이 넘어 학생들이 도박성「카드」놀이를 하는 것을 종종 발견하여 훈계하고 있는데 보관한「카드」만도 50여벌이나 된다고 말하고『한때 기숙사 현관에「카드」놀이를 하는 학생은 다음 학기에 입사시키지 않겠다는 경고문까지 써 붙이고 사감의 순찰을 강화하여 지금은 많이 없어진 셈』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교무처장 여철수 교수는『「히피」의 본고장인 영국에서도「캠퍼스」안에서「카드」놀이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성행해진 학생들의「카드」놀이 풍조를 개탄했다. 문리대 사회학과 3년 P군은『언제부터 이렇게 됐는지 우리자신도 알 수 없다. 어쨌든 학교 안에서「카드」놀이는 추방해야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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