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품 가격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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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회 상공위는 17일 상공부에 대한 국감과정에서 공산품 가격정책을 논란하고 소비자보호를 위해서 독과점 가격규제를 촉구했다. 이날 지적된 구체적 사례들을 보면 자동차의 경우 부품수입관세를 제외하고도 국산자동차가격은 원산지가격보다 1·5배 내지 2·5배나 비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지난 6·28환율조치가 원가에 미치는 영향이 7%에 불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환율인상을 계기로 자동차판매가격을 최고 44·9%나 인상 허용한 것도 아울러 지적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명색만 국산일 뿐, 국민에게 사실상 아무이익을 주지 못하는 이른바 국산화정책은 비단 자동차의 경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경제기획원이 얼마 전에 발표한 51개 차관기업체의 가격비교에서 보더라도 국제시세보다 비싼 것이 25개품이나 되고, 국제시세보다 싸다고 발표된 26개품목도 그 질과 규격면을 엄격히 따지면 사실은 결코 싼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 옮다.
우리가 국내산업을 보호함으로써 공업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입장에서 국산품가격이 일정기간 비싼 것을 감수하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 하겠으나, 그런 경우에도 그러한 보호기간이 얼마나 되는 것인지조차 분명하지 않은채 언제까지라도 비싼 국산품을, 더군다나 뚜렷한 외자절감효과도 없이 무작정 소비케 한다는 것은 어느 모로나 납득키 어렵다.
솔직이 말하여 자동차의 경우 국산화비율이 높아질수록 판매가격이 도리어 높아져야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런 성질의 명목뿐인 국산품을 보호해야 할 이유를 찾기는 힘든다는 것이다. 또 기름 한 방울 안나는 우리의 실정으로 보아 외환사정도 좋지 않은데 자동차를 이처럼 보급시키고, 그 때문에 부품수입뿐만 아니라 막대한 유류수입을 촉진시켜 이중삼중으로 외화를 낭비케 하고 국민의 소비성향을 자극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인지는 참으로 이해키 곤란하다 할 것이다.
그밖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결코 필수품이라 할 수 없는 소비재를 수입대체라는 명목으로 보호하는 정책도 차제에 마땅히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국산품보호정책을 계속할 경우, 우리의 원자재수입수요는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우리가 국산이라고 해서 무작정 보호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차라리 불요불급한 상품에 대해서는 차제에 금지관세에 가까운 고율관세를 부과해서 소비자체를 막아야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명목뿐인 국내기업의 도산까지도 불사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견해로는 이제부터 우리의 공산품 가격정책은 이완화해야 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른바 불요불급 품에 해당하는 상품의 경우에는 비록 국산이라 하더라도 그 소비를 실질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 만큼 고율의 원자재관세를 부과해서 소비자로 하여금 외화를 소비하는 대가를 충분히 부담토록 해야 할 것이다.
반면, 일반대중의 필수품에 해당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원자재에 대한 관세율을 대폭인하해서 소비자 가격을 안정시키고 경제성장의 혜택을 저변에 확대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가격정책의 이원화와 더불어 중요시해야 할 것은 이 나라 상품가격이 대부분 「카르텔」가격의 성격을 띠고 있는 점이라 할 것이다. 특히 몇 몇 특정기업에 의해서 시장이 완전히 지배되고 있는 상품의 경우, 정상적인 거래로 고 가격을 소비자에게 강요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주요공산품의 이러한 독과적 「카르텔」가격화를 막기 위해서는 한때 정부가 권장하다시피 했던 각종 협회조직을 차제에 해체시키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우리는 보고있다. 자본제 경제의 본질이 효율을 척도로 하는 경쟁에 있는 것이라면 당연히 경쟁을 가로막는 모든 인위적 이익단체를 해산시키는 작업이 서둘러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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