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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美문단 신데렐라 부상 수키 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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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데뷔 작품인데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 몰랐어요."

어릴 적부터 꿈꾸긴 했지만 아직은 소설가란 호칭이 어색하다는 수키 김(32). 재미동포 작가인 그는 요즘 '어느 날 아침 자고 일어나 보니 유명해져 있더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지난 1월 21일 첫 소설'통역사(The Interpreter)'를 출간했는데, 그 이후 생활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여기저기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고, 서점에서 주관하는 독자사인회에 참가하랴, 신문 기고문 쓰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NYT)는 지난 2일자 '더 시티'섹션의 한 페이지를 그에게 할애했다. NYT는 이미 지난 1월 26일자 북리뷰 섹션에서 그의 소설에 대해 "주인공인 29세의 법원 통역사 수지 박의 눈으로 언어장벽에 갇힌 이민자들의 고통과 애환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라고 칭찬했었다.

'통역사'가 나오자마자 미국 최대 서점체인인 반스&노블은 金씨를 '올해 주목할 10대 작가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USA 투데이.LA 타임스.마리클레르 등에서도 그의 소설에 후한 점수를 줬다. 등단하자마자 미국 문단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정말 얼떨떨해요. 물론 기분은 좋지요."

중학교 1년을 마치고 부모를 따라 이민 온 그는 컬럼비아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영국 런던대에서 동양문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다시 뉴욕으로 건너와 잡지 편집.대학 강사 등을 하다가 본격적인 작가훈련에 들어갔다.

"미국엔 예술가 지망생들에게 한달 또는 두 달씩 여행을 겸한 연수기회를 주는 재단이 많지요. 그런 기회들을 한데 묶어 거의 2년 동안 미국 곳곳과 스페인 등을 돌아다닌 것이 사고의 폭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낮엔 독서와 사색을 하고 글을 쓰다가 밤엔 장차 화가.작곡가.무용가 등이 되겠다며 참여한 다른 연수자들과 토론을 즐기며 서로 다른 경험을 공유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 가운데 뉴멕시코주 오지의 오두막집에서 일체의 통신을 끊고 세 달간 '수도'하면서 지낸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통역사'는 얼마동안 작업했습니까?"

"참 오랫동안 생각해온 테마인데 글쓴 기간은 2년 정도 됩니다. 청과상을 하던 부모의 죽음을 통역사인 딸이 법정에서 통역을 하면서 풀어나가는 게 큰 줄거리죠."

그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1년간 실제로 통역사 일을 하기도 했다. 2001년 9월 원고를 마감한 후 책을 내기 위해 소설의 앞부분 40쪽을 복사해 여러 출판 에이전트들에 보냈다.

그런데 사흘 만에 가장 저명한 에이전트인 윌리엄 모리스사에서 연락이 왔다. 바로 전문을 보내라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1주일 뒤 출판사와 계약을 했다. 데뷔작품으론 아주 드문 대접을 받았다고 그는 말했다.

金씨는 "문예작품을 많이 내는 걸로 유명한 파라 스트라우스 지루(FSG)출판사에서 책을 발간하게 돼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출판사 측에서도 이 소설의 성공 가능성을 내다보고 남다른 정성을 쏟았다고 한다. 출판사 주간이 직접 나서 그와 머리를 맞대고 1년 이상 작품을 다섯 번에 걸쳐 다듬었다는 것이다. 그러느라 출판이 좀 늦어졌지만 자신의 작품에 몇점을 주겠느냐는 질문엔 서슴없이 1백점이라고 답했다.

'통역사'는 내달에 민음사에서 번역판을 낼 예정이며, 네덜란드.일본.프랑스 등에서도 출간될 계획이다.

金씨는 외국 작가 중엔 버지니아 울프를, 국내 작가 중엔 이문열씨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특히 방랑시인 김삿갓 얘기를 다룬 이문열씨의 '시인'에 대해선 "정말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영어로 번역해 이렇게 좋은 소설이 한국에도 있다는 사실을 외국인들에게 알리고 싶었으나 번역은 다른 장르라는 걸 깨닫고 생각을 접었다고 한다.

소설이 나온 지 한 달이 지났는데 그동안 얼마나 팔렸느냐고 물으니 겁이 나서 아직 물어보지 못했단다.

"그런 건 출판사가 알아서 할 테고, 전 그냥 좋은 글쓰기에만 몰두하고 싶습니다." 그는 이미 다른 장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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