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복원 도편수 신응수 대목장 "시간·예산 부족 … 제대로 공사 힘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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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시간을 갖고 엄선된 나무를 사용하지 않은 게 문제다.”

 도편수(공사책임자)로 숭례문 목공을 이끌었던 신응수(71·사진) 대목장. 복구업체인 명헌건설과 13억2000만원 공사 도급 계약을 맺고 목공에 참여했던 그는 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 나무가 왜 안 좋았나.

 “문화재청이 도편수를 빨리 정하지 않아 그렇다. 문화재청과 도편수가 어떤 나무를 사용할지 상의하고 검증해야 했는데 내가 도편수로 임명된 것은 화재 2년 뒤다. 목재 공급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나무 때문에 내내 문화재청과 싸웠다. 그러나 시간과 재료의 한계가 있었다. 민간도 나무를 기증했는데 좋지 않은 것도 많아 골라 썼다.”

 - 어떤 목재가 문제인가.

 “원칙적으로 기존의 숭례문 목재를 최대로 썼다. 불에 덜 탄 1층은 90% 이상 옛 목재를 썼다. 많이 탄 2층에 새 나무가 주로 들어갔다. 그러다 보니 나무가 뒤틀어지면서 이음새 부분이 많이 벌어졌다. 2층의 갈라진 기둥은 준경묘에서 가져온 금강송이다. 송진이 뭉친 옹이를 못 본 건 잘못이다. 내가 직접 보수하겠다고 했는데 문화재청은 국정감사가 끝나고 하자며 미뤄서 일을 키웠다.”

 - 전통 방식으로 하려면 나무를 제대로 건조해야 한다고 지적했어야 했다.

 “제대로 건조되려면 7~10년 걸린다. 그렇게 기다릴 수 없었다. 주는 대로 써야 했다. 목재의 수분이 얼마나 있는지(함수율)를 나는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전통 방식의 복구를 해야 했지만 그러려면 충분한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 1962년 보수 때는 그랬다. 하지만 이번엔 시간과 예산은 당시의 반에 지나지 않았다. 제대로 된 공사가 되기 힘들었다.”

 - 공사 중 노임 문제가 왜 발생했나.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도급 과정에서 애초 예산보다 줄어 줄 돈이 모자랐던 거다. 그래서 나는 계약 당시 받은 3억6000만원을 돌려주고 내 돈 수억원을 노임으로 내려 했다. 그런데 문화재청이 막았고 명헌도 제대로 정산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2011년 11월 한 달간 공사 거부가 있었다.”(취재팀이 명헌건설에 이틀에 걸쳐 전화했지만 연락이 없었다)

◆특별취재팀=안성규·이영희·이승호 기자, 사진 박종근 기자, 김종록 문화융성위원·작가·객원기자, 김호석 한국전통문화대 교수,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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