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숭례문 사태 막으려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문화재청은 단청 박락 사태가 일어난 지난달 말 분야별 전문가 23명으로 구성된 숭례문 종합점검단을 구성하고 1차 회의를 열었다. 단청 문제를 계기로 숭례문의 여타 부분도 점검하고 전통기술의 복원 방안까지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숭례문 관리체계 개선과 문화재 수리 등에 관한 법률안 개정 등의 내용을 담은 ‘숭례문 보존관리 종합 개선대책’도 마련했다.

 핵심은 빈사 직전인 전통재료를 부활시키는 것이다. 현재는 수요도 미약하고 따라서 공급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천연안료 등은 만들어도 살 사람이 없는 실정이다. 정부의 책임도 크다. 단청의 경우 전통아교 대신 화학접착제인 폴리젤을 쓰도록 매뉴얼화했다.

 문화재청은 전통재료의 생산·시공·복원 활성화를 위한 법적·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국가지정 문화재 보수에 전통재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수요를 창출하고, 전통재료를 생산하는 이들에게 국고를 지원하는 등의 내용이다.

 최이태 문화재청 수리기술과장은 “현재 보수가 진행 중인 일부 문화재에 전통기와가 사용되고 있다. 다른 전통재료의 사용처도 점차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이 숭례문 복원 과정에서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교수 등 학계 위주로만 자문단을 구성하고 민간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인사동 등지에서 만난 안료·아교상들은 “전통아교의 경우 지금도 만들 수 있는 기술자들이 전국에 많다. 이들의 노하우를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문화재청은 이런 민간의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전통 안료의 국산화 및 품질 개선을 위한 공동연구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남아 있는 문화재 단청 문양 및 색상, 기법 등에 대한 종합 데이터베이스 구축에도 나선다.

 현대적인 재료와 기술이 발달한 상황에서 전통기법을 어느 선까지 고수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도 필요하다. 숭례문 성곽작업에 참여한 이재순 석장은 “전통방식을 따르겠다고 달구지로 돌을 실어 올 수는 없지 않은가. 현대 기술을 어느 정도까지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안성규·이영희·이승호 기자, 사진 박종근 기자, 김종록 문화융성위원·작가·객원기자, 김호석 한국전통문화대 교수,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관련기사
▶ 홍보에 24억 목재값으론…숭례문 '엉터리 복원' 이유 있었다
▶ 숭례문서 떨어진 단청, 뜨거운 물에 넣어보니…충격
▶ 도편수 신응수 대목장 "나무는 주는 대로 써"
▶ 한복 차림 인부들 거중기로 돌 나르다 다음날부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