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입맛 사로잡는 식품 한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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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테스코는 17일까지 2주간 영국 런던의 뉴몰든점에서 홈플러스·KOTRA와 함께 ‘대·중소 동반성장을 위한 한국식품전’을 개최한다. 18개 식품 제조업체의 상품 150여 개가 참가했다. 5일(현지시간)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 오영호 KOTRA 사장이 현지인들과 국산 식품을 시식하고 있다. [사진 홈플러스]

영국의 대표적 한인 밀집 지역 뉴몰든의 대형 마트 테스코 엑스트라(Tesco Extra). 5일 오후(현지시간)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진열대에 눈에 익은 한국 가공식품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그 앞에선 한국 식품들의 시식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영국 방문에 맞춰 시작된 ‘원더풀-한국의 맛’이라는 이름의 한국 식품 전시·판매 행사였다.

 진열대는 라면과 과자류는 물론 김치·소주·막걸리까지 한국의 수퍼마켓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했다. 가짓수는 총 150종. 지금까지 한인들이 운영하는 곳이 아닌 영국 마트에서는 최대 규모다.

 뉴몰든은 인근 지역까지 포함해 한국 교포·주재원·유학생 등 약 2만5000명의 한인이 사는 곳으로 ‘뉴몰동(洞)’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홈플러스, CJ 제일제당은 2011년 이 테스코 마트에서 처음으로 한국 식품전을 열었다. 영국인들에게도 한국 식품을 알린다는 취지였다. 지난해엔 런던 시내의 12개 테스코 점포에서 동시에 행사를 열었고, 올해엔 49개 매장으로 불어났다. 공수된 한국 식품만 100t에 달했다. 앞으로 영국에서 최소 49개의 테스코 매장에서는 기본적인 한국 가공식품들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테스코는 이와 함께 온라인 식품몰인 ‘테스코 닷컴’에서도 한국 식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런던 시내에서는 이제 인터넷 주문으로도 한국 식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식품전 개막식에 참석한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은 “유럽에 식품 한류의 뿌리가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식품의 선정호 상무는 “위생기준이 높은 테스코에 한국 식품들이 대량으로 납품되는 것은 다른 유럽 마트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이날 49개 매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품목은 만두였다. 최근 영국에서는 CJ 제일제당이 비비고(Bibigo)라는 브랜드를 붙여 만든 만두가 인기다. CJ 제일제당 측은 중국 음식에 익숙한 영국인들이 중국 만두를 많이 사 먹었지만 최근 들어 만두피가 얇은 한국 만두를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뉴몰든 테스코의 한국 식품들을 둘러보던 영국인 주부 셀리 히시마(42)는 “종종 한국 식당에서 한국 음식을 먹어보면 맵지만 거부할 수 없는 묘한 맛이 있다. 밥(즉석밥)과 매운 소스(고추장)를 좀 사가야겠다”고 말했다. 불고기를 시식하던 영국인 남성은 그 옆에서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런던=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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