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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사라지고 나눔의 흥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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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달 대전시 대덕구 중리동 주민센터 인근 중리행복길에서 열린 벼룩시장에서 시민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2일 오후 대전시 대덕구 중리동 중리시장 행복길. 대전시내 홍등가로 유명했던 이곳에서 평소 쓰지 않던 물건을 사고파는 벼룩시장이 열렸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4000여 명의 시민이 천막 사이를 오가며 가격을 흥정하고 눈여겨봤던 물건을 구입했다. 벼룩시장에는 일반 참가자 150여 개 팀과 아파트 부녀회 등 단체 20개 팀이 참가했다. 가족과 함께 나왔다는 김인규(46)씨는 “유흥가라는 인식 때문에 낮에도 다니기가 꺼려지던 곳인데 많이 바뀌어서 놀랐다”며 “좋은 물건을 사고팔 수 있고 아이들에게 나눔의 의미를 알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중리시장 행복길에서는 지난 9월부터 특별한 장이 서고 있다. 도심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벼룩시장이지만 이곳은 의미가 남다르다. 중리시장 인근(주민센터~장안외과 네거리 600m 구간)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른바 성매매 등 퇴폐영업이 판치던 카페촌이었다. 편도 2차로 도로인데도 불법주차와 좁은 인도, 유흥업소가 난립해 대전에서도 대표적 유흥가로 꼽혔다. 하지만 지난 9월 대덕구청이 1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쉬는 행복의 거리로 탈바꿈시켰다. 기존 상인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지만 이미지를 회복시키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대덕구는 40여 개에 달하는 유흥업소를 일일이 찾아가 커피전문점이나 식당으로의 업종전환을 유도했다. 주민들을 위해 곳곳에 조형물을 세우고 세련된 모양의 벤치 등 각종 편의시설도 설치했다. 음식점이나 카페에는 차양막을 설치해 주고 테이블과 의자 등을 지원해 노천카페로 꾸밀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대부분의 유흥업소가 문을 닫거나 업종을 변경했고 4~5곳만 남은 상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 9월 7일 첫 벼룩시장이 열렸다. 첫 행사에 170여 개 팀이 참가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방문한 시민들만 1만여 명에 달했다. 참가자 가운데 대덕구민이 60%가량이었고 대전의 다른 구(區)는 물론 인근 세종시와 충북 옥천에서도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줄을 이었다. 참가자들은 의류와 도서, 가전제품을 교환하거나 판매하면서 나눔의 가치를 함께했다. 판매 수익금의 일부(10%)는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했다. 지난 2일까지 여섯 번의 벼룩시장이 열렸다. 올해 마지막 벼룩시장은 9일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린다. 내년 3월까지 겨울철 휴장에 들어간 뒤 4월부터 개장할 예정이다. 대덕구는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달 29일 안전행정부가 주최하는 제1회 대한민국 지방자치 박람회에서 불법 퇴폐업소 밀집지역을 건전한 업종으로 전환한 전국 최초의 도심 재생사업으로 선정됐다.

 대덕구청 백도현 청소위생팀장은 “시민들이 가기 꺼려 하는 거리가 누구나 가고 싶은 곳으로 바뀌었다”며 “중리행복길이 사람이 모여드는 명품거리로 탈바꿈했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참가 문의는 대덕구 홈페이지(www.daedeok.go.kr)나 전화(042-608-6845) 등을 통해 하면 된다. 당일 현장접수도 가능하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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