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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의 이웃집] 김희표 셰프의 도곡동 단골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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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농어를 얼음에 넣어 숙성시켜 튀겨낸 `놀라운 농어요리`
스타 쉐프의 김희표 셰프.

요즘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자칭 타칭 스타 셰프는 대개 30대의 젊은 셰프다. 그러나 도곡동의 퓨전 레스토랑 ‘스타 쉐프’를 지키는 이는 요리사로만 30년 넘게 살아온 김희표(51) 오너 셰프다. 그는 그 시절 다른 요리사들이 다들 그랬듯 그저 먹고살기 위해 요리를 시작했다. 출발은 중국집이었다.

 김 셰프는 “19세 때 고향(전남 장흥)을 떠나 친척이 하던 서울 종로의 한 중국집에서 일했다”며 “당시 요리사는 결혼조차 하기 어려울 만큼 천대받던 직업이라 오래 할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군에 다녀온 후 미장 기술을 배워 1984년 사우디아라비아로 갔다. 그러나 그곳에 머무르는 1년여 동안 미장이 아닌 새로운 요리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그간 해봤던 중식이 아니라 양식을 배우게 된 거다.

 귀국 비행기에서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선수촌 요리사 모집 공고를 보고 바로 지원했다. 당시 아시안게임 선수촌 식단은 신라·롯데·플라자호텔에서 담당했는데, 이를 계기로 신라호텔에 입사했다. 이후 25년 동안 양식당 파크뷰,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폰타나·비체, 연회장 등에서 일했다. 2011년 호텔을 떠날 땐 요리사 40여 명이 일하는 연회장 총책임자에 올랐다. 신동엽 등 유명 연예인 결혼식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그런 그가 2011년 호텔을 떠난 건 함께 일했던 후배 김후남 셰프 때문이었다. 당시 ‘스타 쉐프’를 하던 김후남 셰프가 미국 이민을 가면서 레스토랑을 넘길 사람으로 김희표 셰프를 찾은 거다. 후배는 “요리를 제대로 하는 사람에게 넘기고 싶다”며 선배를 설득했고, 선배는 후배의 간곡한 부탁을 2주 고민 끝에 결국 받아들였다. 그러고는 후배 밑에서 한 달 동안 요리를 배웠다. 후배의 요리 스타일을 익히기 위해서다. 그는 “6년을 다닌 단골손님이 많은데 주인이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요리가 바뀌는 건 옳지 않다”며 “아주 천천히 조금씩 변화를 주며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일이 뭐든 간에 김 셰프는 확고한 요리 철학이 있다. 바로 맛있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철학이다. 건강식이니 뭐니 하는 명분으로 맛없는 요리를 손님에게 내는 건 돈 내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거다. 그는 퓨전 요리를 낮춰 보는 시선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기본기가 충실해야 한다”면서도 “요즘 젊은 요리사 중에는 자기가 배운 정통 요리만 제대로 된 요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편협하고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그가 생각하는 훌륭한 요리란 기본을 탄탄히 다진 후 만드는 이의 생각을 더한 창의적이고 맛있는 요리다.

 오너 셰프가 된 후 그는 더욱 바빠졌다. ‘스타 쉐프’는 저녁에만 문을 열지만 김 셰프의 일과는 아침 일찍 시작한다. 많은 레스토랑이 단골 가게로부터 식자재를 공급받지만 그는 매일 오전 10시 가락시장에 들러 직접 장을 본다. 생선 한 마리, 채소 하나도 직접 보고 고른다. 당연히 손질도 그의 몫이다. 손질된 식재료를 받아 쓰던 호텔에서의 생활과는 전혀 다른 일상이다. 이를 매일 제대로 하려고 원래 살던 고양시를 떠나 매장 근처에 방을 구했다.

 김 셰프는 “도곡동 주민이 되면서 이곳의 매력을 하나씩 발견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도곡동이라고 하면 흔히 타워팰리스 같은 초고층 아파트를 떠올리지만 도곡동 대부분은 소박한 주택가와 상가가 어우러져 있다. 김 셰프는 “강남치고는 조금 촌스럽게 느껴질 만큼 조용한 동네, 그게 바로 도곡동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타워팰리스 같은 고급 아파트부터 조그마한 빌라까지, 또 주택부터 상가까지 한데 모여 있다. 그렇다 보니 그 속에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함께 살아간다. 이런 정겨운 분위기 덕분에 주택가 골목골목에 숨어 있는 작은 레스토랑과 카페를 찾아 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단다.

셰프의 집

(1) 스타 쉐프

신라호텔 출신 김희표 셰프가 운영하는 퓨전 레스토랑. 고수를 가득 넣은 라면부터 베이징 탕수육, 농어를 그대로 튀긴 요리까지 폭이 넓다. 술 마시러 왔다가 요리를 먹기도 하고, 요리 먹으러 왔다가 술을 마실 수 있는 그야말로 맛있는 요리와 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작은 비스트로다. 셰프 경력은 양식 분야에서 쌓았지만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더해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퓨전 요리를 내놓는다. 와인부터 진, 생맥주, 위스키 등 술 종류도 다양하다. 입구 한쪽의 장식장은 단골 손님이 보관해 놓은 술로 가득 차 있다. 그렇다고 술집으로 오해하지 말길. 친구·가족·동료 등 다양한 연령층이 찾는다. 동네 레스토랑이지만 예약을 안 하면 자리가 없을 때가 많다.

대표 메뉴: 놀라운 농어요리(4만9000원), 지중해식 문어 샐러드 요리(2만8000원, 3만6000원)
주소: 강남구 도곡동 417-2 1층 / 할인카드: 없음
영업시간: 오후 5시 30분~오전 2시(마지막 주문 오전 1시까지)
좌석수: 50석(룸 없음)
주차 여부: 발레파킹(2000원)
전화번호: 02-529-8248

셰프의 이웃집

도곡동은 주택가와 상가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다. 김희표 셰프는 매장 문을 열기 전인 낮 시간이나 매장이 문 닫은 새벽에 동료나 선후배와 함께 도곡동 먹자골목의 맛집을 찾아다닌다. 평소 좋아하는 프렌치, 이탈리안 등 서양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부터 맛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 등 도곡동의 단골집 5곳을 소개한다.

(2) 후포항

대표 메뉴: 세꼬시(6만원)

추천 이유: 도곡동 먹자골목에서 유명한 곳이다. 경상북도 울진군이 고향인 주인이 후포항에서 직송받는 자연산 활어만 사용해 자연산의 쫄깃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계절마다 제철 맞은 생선을 선보이는데 세꼬시와 함께 생새우회가 인기다. 10년 가까이 한 자리를 지켜 단골손님이 많다. 삼성동(삼성동 154-2)에 2호점이 있다.

주소: 강남구 도곡동 418-10 1층
할인카드: 없음
영업시간: 낮 12시~오후 10시
좌석수: 52석(룸 4개)
주차 여부: 발레파킹(2000원)
전화번호: 02-578-3736

(3) 젠틀커피

대표 메뉴: 아메리카노(3500원), 카페라테(4000원), 폴인코코(6000원)

추천 이유: 그해에 수확한 신선한 생두를 매장에서 직접 로스팅해 내려주는 커피집이다. 나는 폴인코코를 가장 좋아한다. 아이스 카페모카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어 내는데 달콤 쌉싸래한 맛이 좋다. 오픈 키친 앞 바에 앉으면 바리스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매장 곳곳에 놓인 중절모는 누구라도 써볼 수 있다.

주소: 강남구 도곡동 417-6 1층
할인카드: 없음
영업시간: 오전 8시~오후 11시(주말은 오전 11시30분부터)
좌석수: 50석(룸 없음)
주차 여부: 매장 앞 2대 가능(무료)
전화번호: 070-7737-9100

(4) 타블도우트

대표 메뉴: 버섯크림파스타(1만6000원), 마르게리타피자(1만6000원), 보코치니샌드위치(8500원)

추천 이유: 사진작가였던 송재혁씨가 요리에 빠져 문을 연 카페다. 홈메이드 스타일의 샌드위치와 파스타를 판매한다. 매장에서 직접 빵과 디저트, 피자 도우, 소스 등을 만든다. 날씨 좋을 때는 테라스에 앉아 여유롭게 커피나 샌드위치를 즐기고 저녁에는 와인 마시기 좋다. 7년째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도곡동 터줏대감 중 하나다.

주소: 강남구 도곡동 517-4 1층
할인카드: 없음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명절 당일 휴무)
좌석수: 38석(룸 없음)
주차 여부: 발레파킹(2000원)
전화번호: 02-529-7003

(5) 포브라더스

대표 메뉴: 월남쌈(2인 2만8000원, 3~4인 4만4000원), 쌀국수(9000원~1만2000원)

추천 이유: 도곡동에서 보기 드물게 규모가 큰 레스토랑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 4명이 만들었다. 요즘처럼 날씨가 추울 때는 따뜻한 국물의 쌀국수를 즐겨 먹는다. 월남쌈은 소고기와 훈제오리 중 선택할 수 있다. 깔끔한 인테리어 덕분인지 젊은층이 즐겨 찾는다.

주소: 강남구 도곡동 423-5 1층
할인카드: 없음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연중무휴)
좌석수: 112석(룸 2개)
주차 여부: 발레파킹(1000원)
전화번호: 02-574-4147

(6) 아꼬떼

대표 메뉴: 양갈비 스테이크(4만3000원), 디너코스(8만5000~12만원)

추천 이유: 넓은 유리창 너머로 작은 정원이 보여 마치 프랑스 가정집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오너 셰프인 김찬묵씨가 매일 아침 시장에 들러 신선한 재료를 사오는데, 그 재료로 그날의 메인 요리를 만든다. 저녁엔 디너 코스를 즐기는 사람이 많지만 단품 메뉴도 판매한다. 두 달에 한 번씩 메뉴가 바뀌어 언제 가도 새로운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오후 9시부터는 와인 매니어를 위한 와인바를 운영한다. 코르키지는 3만원.

주소: 강남구 도곡동 422-6 지하 1층
할인카드: 없음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3시 30분, 오후 5시 30분~오전 1시
좌석수: 25석(룸 1개)
주차 여부: 발레파킹(무료)
전화번호: 02-577-1044

글=송정 기자 ,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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