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지 사설(초)|<뉴요크·타임스>현실인정하나 윤리성 모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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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공의 「유엔」가입은 늦긴 했으나 역사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이번 중공가입의 경위는 「유엔」의 신망을 떨어뜨렸으며 한 선량한 회원국에 부당한 처사를 저질렀고, 이를 하나의 선례로 간주한다면 앞으로 다른 국가들에도 위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유엔」의 이번 처사는 중공에 문호를 개방하기 위해 대만을 추방한 것이다. 이것은 부당한 처사이며, 북평정권이 「유엔」활동에 가담하기를 바라는 희망은 분명한 것일지라도 이러한 처사를 정당화 할 수는 없다. 오히려 7억 인구를 지배하는 정권을 승인하기 위해 1천4백만명을 지배하는 정부를 추방한 처사는 그 윤리성이 모호한 냉혹한 유화책으로 생각된다.
미국은 「유엔」의 태도가 급전하자 영향력은 물론 자신의 위치까지도 붕괴됐음을 깨닫고 뒤늦게나마 현실과 공평의 원칙을 접목시키려고 노력했다.
비록 이러한 노력이 실패, 미국이 「유엔」에서 최초로 고배를 마셨지만 미국이 「유엔」자체에 대해 반격을 한다면 이는 지극히 어리석은 짓일 것이다. 이 마당에 미국이 성사를 못했다해서 「유엔」에 대한 재정지원을 줄인다면 이는 민주적인 행동에 위배될 것이다.
이는 마치 한 의원이 자기가 찬성하는 의원이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다고 해서 의회에서 탈퇴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26일 「유엔」총회표결에 나타난 심각한 세력재편은 결국 미국에는 불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미국과, 독자적인 정책을 명백히 했거나 반드시 미국의 압력에 복종할 필요는 없음을 명백히 나타낸 미국의 우방국 사이에 좀더 유익하고 건전한 관계를 가져올 수도 있다. 더욱 깊은 상호존중관계가 따라올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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