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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 오찬에 독사주 내놔|한적대표들 넥타이를 선물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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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판문점=최규장기자】20일 제5차 남북적십자 예비회담은 장장 3시간을 끌었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오찬만을 나누고 하오 4시쯤 끝났다.
이날 하오 1시40분 일단 휴회하고 북적 초청 오찬을 나눴다. 북적이 마련한 점심상엔 신선로와 갖가지 부침개·녹두묵·계피떡·약밥 등 28가지 음식이 차림표에 따라 길이8m의 식탁에 차려졌는데 김태희는 독사뱀이 통째로 담긴 불로주를 한잔씩 따라주며 건배를 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동주 수석은 『나는 뱀장어도 못 먹는데 이것만은 사양하겠다』면서 대신 인삼주를 들었고 정희경 여사는 식탁 위의 독사뱀이 징그러워 보기 사납다는 듯 자기 앞의 술병을 치우게 했다. 대표와 대표끼리의 공식 오찬회석상에 독사가 투명히 그대로 보이는 술병을 내놓은 그 자체도 예의에 벗어난 무례한 대접이었는데 김동주 수석대표와 정희경 대표를 제외한 다른 대표들은 북적 대표가 권하는 대로 마셨다.
그들이 말하는 불로주인 독사주와 인삼주의 잔이 오고간 오찬은 하오 4시까지 2시간 가량 계속되었다.
『평양가면 잘 부탁한다』 『서울 오면 책임지겠소』 등 주로 양측이 오고갈 때의 접대문제에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술이 거나한 북적 수석대표 김태희가 옆자리의 정 여사에게 『은근하고 조용한 우리여성의 품격을 고루 갖춘 분이다』고 접근하자 어떤 대표가 『두 분이 너무 뜨거워지는 것 같다』고 말해 고소가 터지기도 했다.
오찬의 자리 대화가 문란해지자 김동주 수석대표가 두 번이나 그만 끝내자고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으나 우리측 다른 어떤 대표가 좀더 이야기하자고 만류하는 바람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오찬이 끝나자 우리측 수석대표는 오찬초청의 답례로 다음엔 우리측 주최로 오찬을 갖자고 초청하고 「넥타이」 한 개씩을 선사했다. 북적측도 인삼주·배·사과 등이 담긴 커다란 궤짝 한 개씩을 우리대표에게 전했다.
이날 회의장밖엔 북적측이 기자들을 위해 인삼주와 오징어로 술상을 차렸는데 소련의 「타스」통신 특파원 「브레시에프」는 우리기자 틈에 끼여 『서울에 가고싶다』면서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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